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육우 및 돼지 부문 수급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자급률 40% 붕괴는 2003년(36.3%)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처럼 쇠고기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날 경우 국산 쇠고기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쇠고기 자급률은 36~39%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6만2000t이다.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때 '광우병 논란'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11.5㎏(추정치)으로 전년(10.5㎏)보다 증가한 것도 저렴한 수입고기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한우는 지난해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가 암소 감축에 나서면서 한우 공급량이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송아지 생산에서 한우 고기로 출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리므로 사육 마릿수 감소의 여파는 2015년 말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한우 가격은 고공 행진을 했으며. ㎏당 평균 도매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보고서는 올해 전국 평균 한우 도매가격이 ㎏당 1만7230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5% 정도 하락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비싼 편에 속한다.
여기에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한우농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쇠고기 시장이 수입산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품질의 고급화'에만 주력했던 그동안의 산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황명철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 팀장은 "우리나라는 한우 품질의 고급화를 위해 '혈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소 품종도 한우와 육우 등으로 국한돼 있다"며 "이제는 품질만을 앞세워 승부하는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한우 사육 특성상 갑자기 산업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겠지만 수입고기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도록 국산 쇠고기 시장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안심, 등심, 채끝, 목심 등 일부 부위의 마블링을 더 좋게 하려고 농가에서 평균보다 4~5개월 더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운다"며 "이렇게 되면 사료 비용이 많이 들고, 갈비나 피하지방에까지 기름이 껴서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이중 낭비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육 기간을 조금만 줄이면 사료를 덜 먹으니 생산비가 낮아질 수 있다"면서 "마블링은 좋지 않더라도 다른 기준을 등급 판정에 추가해 '환경 친화형', '안전식품', '로컬 푸드' 등의 브랜드를 내세우면 수입육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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