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 국정이 겉돌고 있는 것은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이후 안보·외교·무역 등 주요 국가 현안엔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나 지난달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으로 헌재재판관이 '8인 체제'로 재편됐다. 여기에 현재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가 3월 13일로 다가오면서 '7인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헌재 결정은 9인의 재판관이 참여하는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각자가 중요하다.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는 경우 이는 단지 한 사람의 공백이란 의미를 넘어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어 사건 심리와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계속되는 탄핵심판 지연으로 이 권한대행마저 퇴임해 재판관 7명 중 1명이라도 심리에 불참하면 정족수가 모자라 심리 자체가 무산된다. 재판관 1명만 사퇴하면 '식물 헌재'가 되고 대통령 탄핵심판이 불가능해진다.
헌재 구성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기 전인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헌재소장의 퇴임식 당시 발언대로 이 권한대행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조속한 탄핵심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뜻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의원도 앞서 10회 변론기일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계속된 증인신청으로 탄핵심판이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박 대통령 측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무더기 증인 채택과 변호인단의 총사퇴를 들먹이며 헌재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다수의 헌법학자들과 법률가들은 탄핵심판 지연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고 탄핵심판에 나설 경우, '각종 헌재 심판 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못하면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5조 3항에 근거해 변호인단의 일괄사퇴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검사 출신 최근서(58·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대통령 측 대리인은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 등 1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1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앞서 언급했던 대리인단 총사퇴는 "사실과 다르다"며 대리인단 총사퇴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리인단 총사퇴에 따른 재판지연 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재판지연 시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따른 '전략수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대통령 측이 대리인단 총사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행동을 비춰봤을 때 언제든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관 출신 여모 변호사는 "향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현재의 입장을 번복해 변호인단 총사퇴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단 몇 시간만에 새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선 변호사를 단 한 명만 선임해도 되는 것"이라면서 "탄핵결정은 무엇보다 헌법재판소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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