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했던 대사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처럼 현실에서는 영화 같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 현재 전국적으로 약 4만 1000여 건의 미제 사건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공영방송사인 KBS는 풀리지 않는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형사들과 손잡고 나선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빈커피에서는 KBS1 새 시사프로그램 ‘미제사건 전담반-끝까지 간다’(글 조수진, 김민정 / 연출 정희섭 윤대희 윤돈희 / 제작사 인터즈 이하 ‘끝까지 간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정진, 윤진규 CP, 정지일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반 팀장 등이 참석했다.
‘끝까지 간다’는 공소시효가 없어진 뒤 장기 미제사건의 해법을 찾아보는 프로그램. 배우 이정진이 MC를 맡았고, 정지일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반 팀장이 스토리텔러로 출연한다.
먼저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윤진규 CP는 “항상 프로그램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내일(4일) 첫 방송이다. 제작진은 오랫동안 수능 준비를 한 후 수능을 앞둔 느낌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정지일 팀장은 “KBS와 경찰청이 현재 진행중인 사건을 함께 접하는 입장에서 부담감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건을 노출 시키고 프로그램을 범인이나 용의자들이 보는 맹점도 있다”며 “방송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없는 기쁨이나,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공개수배 사건 25시’나 ‘공소시효’와 같은 유사 프로그램이 KBS를 통해 방송된 바 있다.
윤 CP는 “KBS는 ‘사건 25시’ 프로그램을 통해 범인들을 공개수배 해 잡기도 했다. 그 이후로 계속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도 여름경에 ‘공소시효’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현재는 공소시효가 사라졌지만 당시엔 포악한 범인도 공소시효가 되면 죄가 사라지기도 했다”며 “2015년 5월 경에 ‘공소시효’의 두 번째 파일럿이 진행된 적이 있었고, 이 때문에 2015년 7월 경 공소시효가 실제로 폐지되는 법이 통과가 돼서 미제전담사건반이 꾸려지기도 해서 KBS가 이것에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다. 이에 윤 CP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차별점과 동시에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는 “시간대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차별점은 경찰청 미제팀과 협력을 해서 미제 팀장이 스튜디오에 출연해서 사건을 전문적으로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풀어간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그런 부분이 다르다”면서 “또 하나는 미제팀이 어려운 사건을 맡고 고생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공론화 시키면서 공개하고, 제보를 요하는 형식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다르다. 쌍뱡항 호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차별점을 전했다.
‘끝까지 간다’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미제 사건 해결에 있다. 과거 영화 ‘살인의 추억’이나 드라마 ‘시그널’처럼 미제 사건을 주제로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대중들은 잊혀졌던 미제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끝까지 간다’ 역시 이 점을 프로그램의 맹점으로 꼽았다.
특히 이들은 모두 제보자들의 제보가 미제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윤 CP는 “가장 중요한 건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다. 여러 수사 기법도 있지만 제보가 미제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다시 들춰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목격자들의 제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보라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한 순기능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점이라 볼 수 있다.
정지일 미제사건전담반 팀장은 “제보자나 참고인들, 목격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보하는 확률도 기대하고 있다. 다른 기관에서도 일정 부분 도움을 주실 거라 생각한다”며 “미제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허위로라도 제보를 해서 일일이 접촉해서 사건에 대해 밝히면 수사의 단서가 된다. 1000 여가지의 제보가 있엇다면 999가지가 허위고 한 가지의 진실이 있다고 하면 그 역시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보 자체가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드라마 ‘시그널’처럼 무전기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만큼 잡고 싶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의 가장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모방 범죄 가능성에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들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왔다.
윤진규 CP는 “살인 현장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 했다. 공영 방송이기 때문에 선정성 보다는 정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굳이 보여줄 필요 없고, 방법들에 대한 고민은 CG나 최소한의 재연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CP는 “제작진들에게 당부했던 건, 진정성을 갖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초심을 잃지 말고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여러 가지 고민들은 토론을 통해 논의를 했고, 표현하는 방법이나 수준 역시 사내 변호사에게 계속 전화해서 자문도 받고 감수를 통해 제작을 하고 있다”고 노력들을 전했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첫 단독 MC에 나서는 배우 이정진도 프로그램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며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주실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존에 보셨던 프로그램과 다르게 제가 오프닝을 하고, 옆 스튜디오 회의룸으로 옮겨 전문가 분들과 함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전 시청자 입장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끝까지 간다’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는데, 그는 “2012년 이후 서울에서 벌어진 범죄의 검거율이 100%다”며 “과거에 일어났던, 해결되지 않은 걸 풀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프로그램을 보신다면 오히려 비슷한 범죄를 생각하신다면 우리 프로그램을 보시면 죄를 저지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지일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반 팀장은 “진행중인 사건을 갖고 말씀드려보기는 처음이다. 사실 떨리기도 한다”면서 “방송에 나감으로 인해서 진행중인 사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진은 “살인 사건을 공영 방송에서 다루게 되는데, 좋은 것만 보여준다고 좋은 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이고 과거에 잊히진 사건들을 재조명해서 잊히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 생각한다”며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조언하고 응원해달라”고 당부를 건넸다.
또 윤진규 CP는 “우리 프로그램의 캐치 프레이즈가 있다. ‘잡고 싶고, 잡아야 한다’다. 프로그램에는 유가족들의 입장도 담겨있다. 그 분들의 상실감이나 힘듦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다. 제 바람은 이런 절절함이 방송이 돼서 꼭 범인을 잡는 결과까지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까지 간다'는 4일 오후 10시 30분 KBS1서 첫 방송 돼 약 4주간 연속 방송된 이후 정규 편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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