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집단이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상법 개정안 발의로 지주전환 작업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23~26일 4일 간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 4만180주를 80억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지분은 당초 8.78%에서 9.07%로 늘어났다.
신 회장이 롯데제과의 지분을 사들인 것에 대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정점에 위치한 계열사다.
다른 대기업집단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지주전환 검토 계획을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달 현대로보틱스를 분사해 사업 지주사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같이 기업들이 앞다퉈 지주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단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자사주에 배정된 분할 신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회사는 자사주를 사전에 보유하고 있어도 분할회사의 지분을 배정받을 수 없다. 현재는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회사가 자회사를 세우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해서도 신주를 부여하고 의결권을 줬다.
이런 이유로 샘표, AP시스템, 크라운제과 등의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 발의 이후 선제적으로 인적분할을 시도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법안 시행 시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동시에 기업가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어서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유도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개편으로 인적분할 되거나 지주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인적분할로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면 사업 실행력이 회복될 수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관련 수혜주로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이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과 SK그룹의 경우 각각 현대로보틱스, SK텔레콤이 제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수혜주다.
다만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 영향으로 이른 시일 안에 인적분할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를 포함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실적에 기반한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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