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A씨, 무슨 잘못으로 경찰에 연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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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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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여성 용변 모습보고 음란행위, 죄명은 '건조물 침입죄'

  • A씨 가족, 경찰 조사에 의문 제기… 법률구조공단 "공소내용만으로 처벌 어렵다"

  • 세종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적장애인 대상, 법률적 기준의 판결은 모순"

 ▲ 2013년 개봉 초기부터 관심을 집중시키며 국민들의 눈시울을 젖셨던 영화 '7번방의 선물' 한 장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영화는 12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당시 영화를 관람한 국민들은 일부 공권력의 횡포에 분노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은 영화속 한 장면)

아주경제 김기완 기자 = 6살 지능을 가진 딸바보 용구는 마트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며 월급 67만원정도를 받으며 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빠다. 그런 용구는 경찰청장의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사형수로 수감된다. 용구의 진실된 마음과 여린 모습에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는 동료 수감자들이 공권력으로부터 누명을 쓰고 억울한 감옥 살이를 하게된 용구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그의 재판을 돕게 된다. 하지만 공권력의 강압으로 딸을 지키기 위해서 재판장에서 자신이 죽였다는 거짓된 진술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데...

이는 지난 2013년 개봉하면서 국민들의 눈시울을 젖셨던 영화 '7번방의 선물' 줄거리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영화는 12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일부 공권력의 횡포을 우리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2급인 A씨(46세)가 한 상가 건물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는 여성들을 훔쳐보고 자위행위를 했다는 혐의와 건조물침입죄명으로 300만원의 벌금형에 놓여졌다.

A씨의 혐의는 지난해 9월15일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상가 1층에 설치된 여자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기 위해 몰래들어가 화장실 칸막이 틈세로 여성들을 훔쳐보면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A씨에게 형법 제31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 334조 제1항이 적용됐다.

"저의 오빠는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입니다. 10살짜리 아이의 지능도 못되는 사람이 무슨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3일 취재팀과 만난 A씨 여동생이 울먹이며 건낸 말이다. A씨는 그런 행위를 할줄도 모르고, 평소 올바르게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왔다는 것이다.

◈지적장애 2급 장애인 A씨, 경찰에 어떻게 연행됐나?
A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발생지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한 상가 여자화장실이다. 그 곳에서 용변을 보는 다수의 여성들을 훔쳐보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것이 경찰서로 연행된 이유다.

하지만 A씨의 공소장에는 그의 행위로 피해를 본 여성이 없었다. 특정 여성이 아닌 여성들이라는 문구만 기재돼 있을 뿐. 따라서 A씨 사건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된 신고 사건이 아닌 경찰의 인지 사건에 가까운 것으로 추론된다.

실제로 공소장에는 A씨가 여자화장실에서 음란행위를 했다고만 기재돼 있었다. 피해자가 누구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직·간접적인 증거자료들은 없었다. 대략적인 6하 원칙에도 못미치는 공소사실이 서술돼 있었던 것이다.

◈A씨 공소장에 적용된 죄명 '건조물 침입죄'
A씨의 사건 장소는 상가 건물의 화장실에서 이뤄졌다. 사건의 정황상 음란행위를 목적으로 상가건물 화장실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범죄가 이뤄졌다. 그러나 죄명에는 음란행위에 대한 부분은 적용되지 않고 건조물 침입죄만 적용됐다.

때문에 A씨는 건물에 침입한 부분에 대해서 건조물 침입죄 혐의로 기소됐고, 이에 대한 처벌로 벌금 300만원에 처해졌다. 공소장대로라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상가 건물에 들어간 부분을 건조물 침입죄로 판단한 것이다.

상가건물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므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되지 않는다. 실예로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상가 부근 화장실에서 여성이 용변을 보는 장면을 엿본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이런 법률적 기준이라면 상가 건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된다는 얘기가 된다. 상가 건물주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 출입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A씨 사건의 정황상 음란행위를 목적으로 상가 화장실에 들어갔더라면 계획에 의한것 범죄임에 따라 적용될 수 있다손 하더라도 음란행위가 죄명에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립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도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 범죄를 인지한다는데는 무리가 있다. 경찰 조사에서부터 여러가지 현실적 사실을 감안하고 절차를 밟았어야했을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A씨 여동생은 "오빠의 지능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적시한 자위행위도 하지 않았을 뿐더라, 평소에도 그런 부분에 있어선 의심될만한 행동을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가 지적장애인이고, 지능도 10살 꼬마아이 수준에도 못미치다 보니 묻는 말에 '네네'라는 답변밖에 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찰 조사를 받을때 A씨는 법적 조력자나 가족들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A씨의 여동생도 4개월이 지나서야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는 현재 2년째 공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공소장에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무직자로 기재돼 있었다. 이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잘못됐다는 단예를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지적장애는 대화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장애다. A씨의 경우 1급 지적장애에서 걸어다닐 수 있다는 이유로 재심사를 통해 2급으로 등급이 재조정된 상태다. 경찰 조사관이 A씨와 대화를 하면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텐데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조시였다는 점을 예견케 하고 있다. 지적 장애인은 언어를 구사하는데 있어 다소 어눌하면서도 단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직도 재판장에 서게 될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늘하루도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한 관계자는 "A씨 사건이 성립되는데,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공소내용만으로는 명확한 증거도 부족하고, 구체적이지 못해 사실상 무죄 판결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세종시 장애인권단체 관계자도 "지적장애 2급인 A씨가 음란행위를 했다는 것에 장애 특성상 가능한 일인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지적장애인에게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한 것은 유감"이라며 재판부의 관대한 판결을 기대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A씨가 그런 행위를 했고, 건조물 침입죄에 적용된다손 치더라도 근본적으로 그것이 범죄라고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회적 통념상 그런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법의 잦대로 판단하고, 판결한다면 법적으로도 그에게 장애진단을 내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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