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책에서 예술이 꽃피우다…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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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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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28일까지 '책, 예술작품이 될 자유'전 개최…권도연·지희킴, 작품 27점 선보여

권도연, '여름방학 #2'(2017) [사진=교보아트스페이스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버려진 책을 예술의 중심에 놓은 두 젊은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교보문고(대표 이한우) 광화문점 내 전시공간인 교보아트스페이스는 오는 3월 28일까지 2017년 첫 기획전 '책, 예술작품이 될 자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30대 젊은 작가 권도연, 지희킴 작가의 2인전으로, 총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오브제는 더 이상 읽지 않는 것으로 분류돼 쓰레기 더미에 버려질 것 같은 '책'들이다. 두 작가는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낡고 용도를 잃은 책들을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킨다. 

책을 주제로 삼은 것은 두 작가가 동일하지만, 이를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권 작가는 연필 그림 같은 흑백 사진을 토대로 책의 형상과 의미를 층층이 만든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 반면 지희킴은 캔버스가 아닌 버려진 책을 펼치고 그 위에 다채로운 드로잉 또는 사진 등을 붙이는 방식의 작업을 주로 한다.

권 작가는 전시장에 '개념어 사전' 연작 5점, '애송이의 여행' 연작 3점, '여름방학 #2' 1점 등 총 9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여름방학 #2'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으로, 책 수거 기간을 포함해 6개월간 준비한 대형 사진 작품이다. 권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열 두 살 여름방학 때 폭우로 물에 젖고 훼손됐던 책들에 대한 기억이 작업의 시작"이었다며 "물에 한 번 젖었던 책들은 마른 후 다시 읽으려 해도, 읽기가 힘들었다. 단어들이 번지고 덩어리로 뭉개져 있어서 문장의 세부를 읽지 못했고, 내용을 이해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지희킴, 'The complication'(2016) [사진=교보아트스페이스 제공]


지희킴은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연작 10점, ' Shhh, don’t tell mom' 연작 8점 등 총 18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연작 7점은 신작이다. 그는 작업을 위해 기부 받은 책을 선별하고, 그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특정 페이지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에겐 각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나 문장이 드로잉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슬픔이여 안녕', 'Green House', 'Pink' 등 작가가 각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나 문구들이 고스란히 작품의 제목이 된 데 대해 그는 "누군가 버려 죽음에 이른 책이 드로잉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생명력을 가진 무엇이 된다"라고 해석한다. 

두 작가가 얼핏 쓸모없어 보이는 '책'에 남다른 관심을 쏟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보아트스페이스 측은 "두 작가는 책에 쌓인 시간을 탐험하며, 책이라는 대상에 예술작품이 될 자유를 부여한다"라며 "관람객들은 이들의 작품을 통해 상상력의 근원이 되며 때로는 예술로 지평을 확장한 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와 연계한 '현대미술 감상' 강연회와 '아트 토크' 이벤트도 열린다.  

교보아트스페이스는 평일 500여 명, 주말 1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4만 여 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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