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숨고르기를 거쳤던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촉구하는 '14차 촛불집회'가 지난 4일 오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재개됐다. 친박 성향의 보수단체들도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고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을 주장했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광화문 광장에 40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도 2만5500명의 시민이 2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맞아 포근해진 날씨 영향인지 참가자가 지난 집회 때보다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지난달 21일 열린 13차 집회에는 35만명(서울 32만명)이 참석했고, 그보다 앞서 열린 12차 집회에는 14만6000명(서울 13만명)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이날 집회는 전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불승인해 영장 집행이 불발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특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상황을 규탄하는 데 집중됐다.
본 집회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사전집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형물과 '광화문 구치소' 모형을 앞세워 삼성 서초사옥 앞까지 행진한 뒤 이 부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본 집회는 1,2부로 나뉘어 열렸다. 1부 순서에서는 ‘진짜 설민심을 말한다를 주제로 한 시민자유발언이 있어진 뒤 박 대통령에 대한 2월 탄핵을 촉구하는 '헌재에 바란다' 시민발언이 이어졌다.
시민발언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염병하네"라고 외쳤던 특검 사무실 건물 환경미화원 임씨의 발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 씨는 이날 마지막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 "잘 먹고 잘 살며, 나라를 망하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얼굴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 보니 화가 치밀고 못 견딜 정도가 돼서 '염병하네'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날 수 있도록 공명정대한 수사를 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는 높였다.
2부 순서에서는 우석균 퇴진행동 상임위원이 황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고,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나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을 규탄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와대가 군사상 기밀을 내세워 정면으로 거부했다"면서 "이는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국민에 대한 폭거이며, 청와대는 이제 범죄 소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본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오후 7시 30분부터 청와대와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세방향으로 행진했다. 각 목적지에서 자유발언과 구호제창에 참여한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해 오후 8시 50분께 공식 집회를 마무리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친박 성향의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집회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 반대 방향으로 500m 떨어진 대한문에서 박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열고 탄핵 정국이 언론의 조작 보도와 종북세력 선동 결과물이라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 130만명의 시민이 참가해 8시 이후까지 남았다"며 "서울광장에 있는 분향소 방문 인원과 합쳐 촛불집회 참가 인원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모였다"고 말했다
탄핵반대 집회에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주부들과 육군사관학교 총구국동지회, 예비역 대령, 해군 사관학교 기수별 모임, UDT 등 군 예비역들도 다수 참가했다. 정치권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같은 당 윤상현 의원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날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에 대비해 경비병력 176개 중대 1만4000여명을 투입해 질서유지에 총력을 다했다. 퇴진행동 측은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 되는 오는 25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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