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문지훈·이소현 기자 = GS가(家)가 애도의 날을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4남과 5남이 연이어 별세하면서다.
5일 GS그룹에 따르면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이 이날 오전 10시 50분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허신구 명예회장은 1947년 창업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의 업무부장으로 1953년 입사했다. 이후 금성전선 사장과 럭키 사장, 금성사(현 LG전자) 사장, 럭키석유화학 회장으로 현 LG그룹인 럭키금성그룹의 주요 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세제 '하이타이'를 만든 장본인으로 당시 세탁 방식을 빨랫비누에서 가루비누로 전환시켰다. 이후 금성사 사장으로 취임해 컬러TV와 VCR 등 가전제품 일반화에 기여했다. 또 2004년 LG그룹과 GS그룹 계열분리 작업에도 기여해 GS그룹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신구 명예회장에 앞서 허만정 공동창업주의 5남인 허완구 ㈜승산 회장도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허완구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3일부터 재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첫날에는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고인을 추모했다.
4일에는 오후 2시께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등이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이어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5일 오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빈소를 찾았으며 오후에는 권선동 국회 법사위원장 겸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과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조문했다.
박용성 전 회장은 "5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이웃이 떠나 아쉽다"며 "더 오래 살아계셨으면 주위에 좋은 일 많이 하고 가셨을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고인의 조카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4일에 이어 5일에도 빈소를 찾았다. 지난 4일에는 오후 3시 40분께 고인을 추도했으며 5일에는 오후 2시 40분께 분향실에 들른 뒤 가족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연예인 싸이와 이서진, 강호동, 이영애, 김석훈, 허구연 야구해설가 등 방송인과 체육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구본무 LG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빈소에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경남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윈게이트 대학을 졸업한 허완구 회장은 1969년 ㈜승산의 전신인 물류회사 대왕육운을 설립해 LG그룹의 육상 운송사업을 담당했다. 지난 1991년에는 미국의 대형 철강회사인 파웨스트스틸(Farwest Steel)을 인수하기도 했다. GS그룹이 분리된 이후에는 GS그룹의 육상 운송사업을 영위하다 2006년 운송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한 뒤 부동산 임대, 콘도 개발 및 운영 등을 영위해왔다.
허완구 회장은 국내 스포츠 및 교육 분야를 비롯해 의료기술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각종 지원을 지속해왔다.
고인은 민속씨름 부흥과 저변 확대를 위해 초대 한국민속씨름협회장 맡기도 했으며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 대한올림픽위원회 KOC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교육사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진주여고 건물 현대화 사업에 사재 약 100억원을 기증했으며 1986년부터 최근까지 약 100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해왔다. 진주여고는 부친인 허만정 회장이 1925년 설립한 학교다. 이밖에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과대학, 서울대 치과병원에도 기부했다.
또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 오리건 주립대 박물관에 한국관을 설치·기증했으며 이홍구 전 총리와 서울국제포럼을 창립해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이같은 공로로 고인은 1996년 국민훈장인 동백장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산학협동상 특별상, 진주시 문화상, 적십자회원유공장 명예대장, 제31회 경남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신구 명예회장의 발인은 8일 오전이며, 허완구 회장은 7일 오전 7시다. 허신구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한편, 연이은 비보를 접한 오너 일가와 범 GS계 기업 임직원들은 비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승산 관계자는 "조문객들도 형제가 나란히 이렇게 돼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며 "허완구 회장의 빈소에 들러 허신구 회장의 빈소로 연이어 조문을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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