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은 방언의 천국이다. 같은 문자와 어법을 사용하지만 발음과 억양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중국 전역에 수백여종의 방언이 존재하며, 표준어 발음만 알아서는 이들 방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중국에서 ‘표준어(보통화)’라는 개념은 청나라 말기에 들어서야 나타났다. 청 황실은 당시의 베이징 언어를 표준어로 삼아 ‘국어’라고 호칭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만주족이 사용하는 중국어 발음이 표준발음이 됐다. 때문에 만주족의 본거지였던 동북지역의 중국어 발음은 아직까지도 보통화와 거의 흡사하다.
청나라 멸망이후 국민당의 중화민국정부 역시 청 황실의 표준어를 기반으로 국어 발음 기준을 제정했다. 이후 발음기준을 수차례 수정했고, 이 시기에 주음부호도 만들어졌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출범시킨 후 표준어인 ‘보통화’를 지정했다. 아직까지 대만은 표준어를 ‘국어’라고, 대륙은 ‘보통화’라고 부른다. 중국은 1953년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시 롼핑(灤平)현을 표준발음의 주요 채집장소로 정해 발음을 연구했으며, 1955년에 보통화를 전국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언어통일을 위해 보통화 보급운동을 벌였지만, 그마저도 임종때까지 후난(湖南)성 방언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북방언은 랴오닝(遙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3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칭하지만, 허베이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톈진(天津) 지역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까지를 통칭하기도 한다. 둥북방언은 중국 표준어와 제일 가까운 방언이다. 일부 단어나 표현, 억양이 다르긴 하지만 표준어 발음만 가지고도 충분히 알아들어낼 수 있다.
중국의 유명 개그맨인 자오번산(趙本山)이 코메디 연기를 할 때 동북방언을 사용했기에, 많은 중국인들이 동북방언에 익숙하다. 지역별로 다롄(大連)방언, 선양(瀋陽)방언, 하얼빈(哈爾賓)방언 등으로 나뉜다. 톈진방언은 특유의 재밋는 높낮이와 억양이 있다. 톈진 사람들의 유머감각이 언어에 섞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명한 샹성(相聲.중국식 만담) 연기자인 궈더강(郭德綱)이 구사하는 억양이 톈진방언이다.
◆공맹의 언어, 산동방언
산동성 칭다오(靑島)시, 옌타이(煙台)시, 웨이하이(威海)시 등 교동반도의 도시발음은 동북지역 발음에 가깝다. 과거 1900년대 초반 산둥지역 사람들이 대거 동북지역으로 이주해간 영향이다. 하지만 내륙지역의 산둥방언은 알아듣기 어렵다. 산둥방언의 억양에 대해 베이징사람들은 ‘독특한 발음이 촌스럽지만 자주 듣다보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한다. 산둥인들은 “과거 공자와 맹자가 사용한 언어가 바로 산둥방언”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산둥어는 한어병음상 ‘r’을 ‘y’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런(人)’은 ‘인’으로, 러(热)는 ‘예’로 발음한다. 또한 ‘sh’를 ‘f’로 발음한다. ‘수이(水)’는 ‘페이’로, '수이자오(睡覺)'는 ‘폐이자오’로, '숴화(說話)'는 ‘푸화’로 발음한다. 그렇다고 산둥성 내 모든 지역의 방언이 이렇게 발음하는 것은 아니다. 산둥성 내에서도 교동반도와 내륙의 방언이 다르고, 또 내륙의 방언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통역없이도 알아듣는 쓰촨방언
쓰촨(四川)방언은 다른 지역 방언과 달리 천천히 말하면 비교적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어휘나 사용단어들도 보통화와 거의 비슷하다. 전형적인 쓰촨어를 사용하던 덩샤오핑의 발언 역시 억양이 강하고 발음이 어려웠지만, 통역없이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고 한다.
쓰촨방언은 중국 서남지역에서 영향력이 크다. 충칭(重慶), 윈난(雲南), 광시(廣西)자치구 등지에서 사용되는 언어이기도 하다. 쓰촨방언은 음성시스템이 20개 성모, 36개 운모, 4개 음조에 운모가 변화하는 현상도 있다. 쓰촨방언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고, 외지로 일하러 나간 인구가 많아 현재에는 중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창사(長沙)는 후난성의 성회(省會)이며, 내륙지역과 연해를 잇는 교통의 요지다. 창사방언을 사용하는 인구는 한족 중국인 총인구의 5%를 차지한다. 후난의 별칭은 ‘샹(湘)’으로, 이 지역의 방언을 샹어라고 한다. 후난사람들은 샹어를 우아하면서도 함축하는 뜻이 깊고 감정을 자아낸다고 소개한다. 창사방언은 ‘홍루몽’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창사방언을 사용했던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이는 마오쩌둥이다. 그가 1949년 9월 자금성 성루에서 톈안먼광장에 집결한 인민들을 향해 마오쩌둥은 중국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했다. 힘차게 연설문을 읽어내려갔지만 온전히 그의 말을 알아듣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신중국 성립초기 많은 혁명장군들과 고위관료들이 후난출신이었다. 마오쩌둥을 비롯해 신중국 설립의 주역들은 숱한 한시와 명언, 군가를 남겼으며, 이는 후난방언을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
◆찬란한 역사지닌 산시방언
산시성 방언은 관중(關中)방언, 산난(陝南)방언, 산베이(陝北)방언 등으로 나뉜다. 산난방언과 산베이방언 사용인구는 친링(秦嶺)산맥 이북과 이남으로 나뉘며, 언어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간쑤(甘肅)성, 닝샤(寧夏)자치구, 허난(河南)성, 산시(山西)성의 방언도 크게 산시방언으로 불린다.
관중지역은 진(秦)나라, 한(漢)나라, 당(唐)나라 등 과거 중국이 강성했을 왕조의 수도였으며, 중국의 중심지였다. 이 지역 인사들은 관중방언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방언이 잘 보존되어 내려오고 있다. 샤(下)는 '하'로, 중(重)은 '청'으로, 샤오(小)는 '쑤이'로, 써(色)는 '쎄이'로, 취(去)는 '치'로 발음된다. 동일한 발음이라도 억양의 높고 낮음이나 속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상하이방언, 최고난이도 원저우어
상하이방언과 저장(浙江)성 방언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언어를 통칭해서 오어(吳語)라고도 한다. 오어의 발음은 보통화의 발음과 완벽하게 다르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오어 중 상하이어가 가장 영향력이 크며,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역사적으로 상하이지역에서의 해외이민이 많았으며, 상하이의 경제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많은 부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저장성 방언 중 원저우(溫州)방언은 중국에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으로 꼽힌다. 항일전쟁시기 공산군은 원저우 사람들을 연락병으로 기용했다. 원저우출신 연락병들끼리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지만, 일본군 도청병들은 이 언어가 중국어인지 타국어인지, 중국어라면 어느지역 언어인지를 전혀 분간해내지 못했다. 그 덕에 공산군은 별도의 암호체계 없이 작전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강남여성, 아름다운 쑤저우어
장쑤(江蘇)성의 쑤저우(蘇州)방언 역시 오어의 일종이다. 하지만 그 특징이 뚜렷하고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있기에 쑤저우방언으로 따로 분류한다. 쑤저우방언에서는 ‘부(不)’를 ‘푸’로 발음하며, 어조사 ‘러(了)’대신 ‘자이(哉)’를 사용한다. 이 같은 발음은 듣는사람에게 친절감을 느끼게 한다. 쑤저우어는 평온하면서도 억양이 살아있으며 속도도 적당하다. 발음상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여성들의 쑤저우방언은 무척 듣기가 좋다.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차려입은 쑤저우여성이 쑤저우방언을 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강남여성으로 그려진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 梁朝偉)의 부인인 배우 류자링(劉嘉玲)이 쑤저우출신으로,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유려한 쑤저우방언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평생 살아도 이해못할 민난방언
푸젠(福建)성의 방언은 푸젠성 동쪽의 민둥어(閩東語), 푸톈시(莆田市)와 셴유시(仙遊市)를 중심으로 하는 푸셴어(莆仙語), 푸젠성 중부지방의 민중어(閩中語), 푸젠성 북부지역의 민베이어(閩北語), 푸젠성 남부지역의 민난어(閩南語) 등으로 나뉜다. 푸젠성 출신이 많은 대만에서도 민난어가 사용된다. 또한 푸젠성출신 화교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민난어다. 어림잡아 7500만명이 사용한다고 한다.
민난어는 한어 방언중 발음이 제일 복잡하고 내부 갈림이 크다. 언어에 소질이 없는 외지인이라면, 평생을 푸젠성에 살아도 민난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원주민들의 언어에 여러 차례 한어가 유입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월왕 구천의 후대가 이전해왔으며, 삼국시대 오나라가 망하면서 또 한차례 한족의 유입이 이뤄졌다. 특히 서진 말기에 발생했던 ‘영가(永嘉)의 난’으로 인해 대규모 인구가 이전해왔다.
◆영웅본색 광둥어
광동어(캔토니스)는 중국의 방언 중 가장 널리 퍼져있으며,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광둥어가 사용되며, 이 지역 출신 화교들도 광둥어를 쓴다. 광둥(廣東)지역에서 통용되는 광둥어는 자체의 독특한 발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어휘도 보통화와는 다르다. 보통화에 4가지 성조가 있지만, 광둥어에는 6가지의 성조가 있다. 과거 광둥어가 독립된 언어인지 중국어의 일종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나라 시대 광저우(廣州)는 중국 최대의 무역항구로 부상하며 국제적인 언어로 부상했다. 남송시대에는 다양한 민요와 극에 사용됐다. 홍콩영화와 홍콩의 노래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언어로까지 부상했다. 주윤발이나 장국영이 등장한 홍콩영화에서 구사하는 언어가 광둥화다. 엉터리 중국어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정상훈이 흉내냈던 언어도 광둥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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