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미쉐린·P&G가 100년 넘게 존경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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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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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IT중기부장]

"나라꼴 이모양에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뭘 그리 바라는 게 많은지 환장할 지경이에요"

최근 모임에서 만난 모 기업체 대표는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경황이 없는데 직원들은 여전히 복지나 처우개선에 대한 이야기만 목소리를 높여 골치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소연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중소기업 사장도 나서서 거들었다. "요즘 젋은 사람들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옛날에 우리가 일할 때만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했고, 회사가 정말 어려움에 처하면 고통분담을 하며 우선 회사 살리기에 나섰는데 요즘은 뭐 해달라, 뭐가 불만이다. 온통 바라는 것 뿐이니 너무 피곤합니다"

궁금해졌다. 과연 이 분들은 사업이 어려워져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가. 아니면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 상황이 악화된 것일까. 늘상 때가 되면 기업문화에 혁신을 불러 일으킨다며 피상적·단편적 처방을 내놓지만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한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민낯이 아닐까. 국내 기업문화의 실상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기업 문화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서 기업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조직의 수장이라면 누구든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 문화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이유는 기업 문화가 조직의 운영 효과성,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문화의 병폐가 한국의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맥킨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문화의 가장 후진적인 문제는 ‘상명하복 문화’와 ‘습관화된 야근’으로 조사됐다. 맥킨지가 매긴 한국 기업들의 조직 문화 점수는 55점으로, 글로벌 기업에 비해 최하위수준에 달했다.

맥킨지는 "임원들은 하면된다는 정신을 강요하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할 맛 안 난다"며 해외로 떠나는 한국 인재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2015년 이공계 인력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의 해외 유출이 계속 늘고 있다.

이공계 박사 인력 해외 유출자(추정치)는 2010년 8080명에서 2013년 8931명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 이공계 박사(사회과학 제외)를 추정한 결과 2006년 3397명, 2008년 4337명, 2010년 5799명, 2013년 6344명이었다. 2015년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를 떠난 기술인력은 5730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핵심전문 인력이다. 자동차에서는 7668명, 철강에서도 4142명의 숙련 기술자가 보따리를 쌌다. 

실제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10점 만점에 3.98점으로,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44위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선진국의 모범 장수기업들은 임직원들과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프랑스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인간의 이동성 향상'을 기업의 사명으로 삼았다. 사업초기부터 단순히 타이어를 파는게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파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도로에 번호 부여, 안내표지판 설치, 지도와 가이드북 공급 등 차별화된 시도를 했다. 자동차가 많이 팔려야 타이어도 팔리고, 그러려면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전거 타이어에서 시작해 자동차나 항공기 타이어에 금속을 넣은 래디얼 타이어, 펑크나지 않는 트윌 타이어 등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혁신제품을 100년 넘게 내놓은 것도 장기 목표와 미션 아래 제품혁신에 몰두했기에 가능했다. 미쉐린은 6600여명의 개발인력을 두고 매출액의 3%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직원 존중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1837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P&G는 오랄비·질레트·페브리즈 등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보유한 브랜드 가치만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P&G는 회사의 핵심자산을 '직원(P&G people)'이라고 가장 먼저 소개한다. P&G에서 18년간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리처드 듀프리 전 회장은 "누군가 우리의 돈, 건물, 브랜드를 가져간다고 해도 직원들을 남겨둔다면 우리는 10년 안에 모든 것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한국에서도 P&G는 철저한 내부승진, 낮은 이직률, 자유로운 기업문화 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HR전문가들은 기업문화개선의 핵심은 CEO의 인식과 변화의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CEO는 자사의 기업문화를 직원들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직원들 사이에선 기업문화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 정작 CEO는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 이유다. CEO는 자사의 기업문화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곪아 있는 기업문화가 있다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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