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 지분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업체이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태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향후 2년 내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외국 경쟁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도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인수가 가시화될 경우 이 같은 우려는 상당 기간 잠잠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2위의 SK하이닉스가 경쟁력 상승은 물론 최근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선두그룹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중국업체의 성장 전략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도시바 지분 인수전 나서
도시바는 2D 낸드플래시에서 최고의 공정 경쟁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차세대 기술인 3D 낸드플래시의 개념도 처음으로 고안한 업체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메모리 칩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5.5%로 1위, 도시바는 19.5%로 2위다. 그러나 최근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7조원 넘는 손실을 본 도시바는 재무 안정성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도체 사업의 일부 매각을 추진해왔다.
현재 도시바의 지분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으로 알려졌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이번 인수전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최근 각광받고 있는 3D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D 낸드 플래시 기술력에서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앞서있지만 생산시설이 크게 부족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손을 잡으면 이 같은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이들과 기술 제휴, 공동 개발 파트너십 등을 통해 최대 경쟁자인 삼성을 견제할 수도 있다. 중국업체들의 진출을 지연시킴으로써 국내 반도체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성사 가능성 낮지 않아... 가시화될 경우 시장 재편될 듯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최근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2015년 2월 차세대 메모리 공정 기술의 공동 개발을 포함한 전방위 협력 체제 구축에 합의한 바 있으며, 앞서 2014년 12월에는 1조원대 기술 유출 관련 소송도 단했다.
SK하이닉스의 여유 자금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3577억 원, 영업이익 1조536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만에 1조원대에 들어섰다. 증권업계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6조~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반도체 사업을 적극 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SK는 지난달 23일 반도체 웨이퍼 전문업체인 LG실트론을 6200억 원에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와 하이닉스가 지분 공유를 통한 협력 관계를 갖는다면 3D 낸드플래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업계 1위의 삼성전자와 기술 경쟁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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