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발동안이 찬성 다수로 영국 하원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조롭게 상원 절차까지 마무리되다면 3월 초에는 브렉시트 결정 8개월 여 만에 본격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EU(탈퇴 통보) 법안에 대한 표결을 벌여 찬성 494표, 반대 122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유럽연합(EU) 탈퇴 통지 권한을 총리에게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 전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 탈퇴를 원하는 국가가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해야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영국 하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만큼 상원 문턱을 넘을 경우 빠르면 내달 초에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탈퇴 통보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메이 총리는 늦어도 3월 말까지는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다음달 9일부터 예정돼 있는 EU 정상회의를 계기로 EU 탈퇴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찬반이 엇갈린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통과 과정에서는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당인 집권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도 대부분 찬성하면서 표결 시간을 단축했다.
3월 초까지 상·하원 절차가 순조롭게 이어질 전망이지만 스코틀랜드 등 자치정부의 반발이 적지 않아 일부 진통이 예상된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는 국민 62%가 EU 잔류를 주장했다. 지난 2014년에는 독립 찬반 국민투표를 치렀다가 실패했다. 이번 브렉시트 협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독립 찬반 국민투표가 치러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치정부 민심 달래기와 함께 EU 역내 단일 시장 철수 등 '하드 브렉시트' 전략에 대한 국내외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영국 내부에서는 EU 법안 통과를 계기로 '메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체리 피킹'은 없다며 단호한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EU 분담금을 둘러싼 EU와 영국의 입장차도 여전하다. EU 측은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약속했던 만큼 약 600억 유로 상당의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이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리스본조약 50조 :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그 시기를 기점으로 EU와 맺어온 관계 전반에 대해 2년간 협상을 진행한다. 합의가 있다면 협상 기간을 연기할 수 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도 2년이 지나면 자동 탈퇴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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