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은행만 편드는 신탁업법안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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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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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정부의 신탁업법 제정 움직임에 증권·자산운용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09년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신탁업법이 8년 만에 분리되면, 은행권에 밥그릇을 내줘야 할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탁산업 개선을 위한 첫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5월까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뒤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탁업법을 마련하고,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탁이 자본시장법에 묶이면서 여러 재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보관·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신탁업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곳은 단연 은행권이다.

은행은 영업력이나 상품 경쟁력에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월등히 앞서 있다. 이미 확보한 우수 고객만으로도 경쟁에서 앞서가기 수월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새 먹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이미 갖고 있던 밥그릇까지 빼앗길 판이 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신탁업법 제정 논의가 애시당초 은행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신탁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증권업계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지속적으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파이가 제한된 상황에서 은행과 나눠 먹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작심한듯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황 회장은 "신탁업 서비스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개별법 제정은 기능별 규율 원칙이라는 자본시장법 제정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사꾼(은행업)과 사냥꾼(운용업)이 교역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농사꾼이 수렵에 나서고 사냥꾼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는 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탁업법 분리 움직임으로 은행이 집합투자업에 진출한다면 전업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란 게 황 회장의 견해다. 금융투자업계가 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는 은행권에 투자일임계약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허용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당시에도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황영기 회장과 은행권 수장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간 기싸움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신탁업을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와 은행권 간 갈등이 다시 커진 것이다.

다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종사자로서 은행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규제를 푸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증권사와 운용사가 실력으로 은행과 승부해야 하는데, 규제 덕을 보려만 한다면 성장이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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