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서울시가 한강변 재건축과 관련한 35층 층수 규제의 대못을 박았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9일 브리핑을 갖고 35층 층수 규제를 골자로 한 한강변 경관관리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37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규제와 관련된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료의 방대함으로 보아 논란에 종지부를 찎겠다고 작심한 듯 하다. 표지와 에필로그를 빼면 보도자료가 정확히 35페이지란 건 우연의 일치치고는 기묘하다.
35층 규제를 시행하는 서울시와 재건축 조합 등 그에 반대하는 측의 논거 싸움은 사실 이전부터 의미가 없었다. 층수를 규제하겠다는 논리와 그 반대 논리는 각각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관건은 인허가권을 가진 민선시장이 그 중 무엇을 선택했느냐다. 좋든싫든 적어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임기간 동안에는 그의 선택대로 행정이 이뤄지고 그와 관련된 사업 시행자들은 행정에 부합되게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 불만이 있다면 차기 시장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된다. 그 것이 시장을 민선으로 뽑는 민주주의 하에서 반대 의사를 관철시키는 절차다. 버젓이 시행되는 정책에 반하는 사업계획을 짜고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생짜를 부리는 건 현명하지도 민주적이지도 못하다.
어쨌든 서울시가 35층 규제의 후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못박으면서 재건축 조합들은 그 이상의 초고층 건축계획을 포기하거나 차기 시장의 정책 변경을 기대하는 등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가 첫 규제 대상이 된 이후 35층 규제 논쟁은 3년간 지속돼 왔다. 서울시의 일관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개별 재건축이 추진될 때 마다 불거져 나온 논쟁은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찬반 논란을 보면서 관련 논쟁이 상당히 미숙한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성곽도시로서의 역사성을 시민들이 공유하는데 35층 층고규제가 유용한가에 관한 이른바 ‘병풍론’이다. 초고층 압축개발이 배후 경관을 보장하는 데 더 유리하며 35층으로 규제할 경우 과거 잠실에서 보여준 병풍 아파트 식 개발로 경관이 오히려 훼손된다는 논리였다.
조합은 물론 주장이 같은 대학교수 등이 나섰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설득력이 약한 ‘전략적 무지’였다. 35층 규제 하에서도 다양한 층고 구성과 압축개발이 가능하다는 반대 논리가 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듯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는 것이다. 조합들이 디자인의 다양성이 아파트 값 상승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한 35층 규제 하에서도 개발시대 병풍 아파트가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오늘 서울시의 발표 자료엔 뉴욕 배터리 파크 등 이를 반박하는 예들이 주루룩 나열돼 있다. 반대측도 이를 몰랐을 리 없지만 전략적으로 모르쇠를 떤 셈이다.
반대쪽은 설득력이 약한 병풍론 정도로 인허가권자를 상대할 게 아니라 이번 규제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자유권을 훼손하는 지 여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략적 무지는 억지춘향이 아직 통한다고 착각하는 소수 정치인들과 오버랩이 돼 보는 이들이 유쾌하지 않다. 노파심에 재확인하면 기자는 35층 규제 완화의 현실성 문제를 짚어보자는 것이지 그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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