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부경대 교수들이 부산발전연구원, 부경대 해양인문학연구소와 함께 오늘날 부산을 만든 주역의 하나인 6‧25전쟁 피란민 삶을 통해 부산의 '속살'을 살펴보면서 도시 정체성을 찾는 이색 작업에 나서 눈길을 끈다.
부경대 채영희 교수와 황경숙 외래교수(국어국문학과), 한혜경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공동으로 '6‧25 피란생활사 - 피란민의 삶과 기억'이라는 책을 펴내고 9일 오전 부경대 미래관 2층 효림홀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 책엔 6‧25전쟁을 피해 부산에 내려온 피란민 9명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생생하게 구술돼 있다.
이날 행사엔 책 속에 등장하는 구술자 6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격변의 삶을 통해 전쟁 후 부산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대학생들에게 육성으로 전했다.
함경남도 출신 이송연 씨(90·초량동 거주)는 이날 "당시 우리 피란민들은 천막 안에서 5명이 담요 한 장 덮고 자며 나무팔이, 구두닦이, 과일장수 같은 온갖 궂은일 마다않고 악착같이 살았다"면서 "그 때 우리가 만든 작은 시장이 커져 오늘날 부산의 대표적 전통시장이자 세계 명소인 국제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황해도에서 온 이용환 씨(74·아미동 거주)는 "음식 찌꺼기를 한 데 넣고 끓인 꿀꿀이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힘든 피란생활의 시름을 고향에서 배운 농악으로 달랬다"면서 "그 당시 피란민 중 농악을 잘 하던 사람들이 모여 아미농악을 창단했고, 지금의 부산대표 농악단으로 발전하게 돼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채영희 교수는 "이번 책에 담은 피란민들의 전쟁 체험과 기억들이 민족 비극의 역사를 넘어 미래 자산의 밑거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