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운용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은 내부 감사를 통해 퇴직예정자 3명이 기금운용 관련 기밀정보를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위원회 부의 안건과 프로젝트 투자자료, 투자 세부계획 등 일부 기밀정보를 개인의 컴퓨터와 외장 하드 등에 저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금운용 관련 기밀유출 금지와 비밀엄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전북 전주 본부사옥에서 투명하고 책임있는 기금운용 업무수행을 다짐하는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는 "국민연금 전주 이전과 이에 따른 직원들의 계속되는 이탈 등으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극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있어선 안 될 일이 재발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외압에 못 이겨 부당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문형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반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셌지만, 결국 국민연금의 찬성이 합병 성공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합병이 성사되면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선 기금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이 반드시 스튜어드십코드(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개혁연대는 "기관투자자는 직면하거나 직면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코드는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최소 장치이므로, 국민연금이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하산 인사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지금까지 내부 승진으로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선임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은 그동안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낙하산 인사가 관례화 돼 있어서,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사명감이나 소속감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및 관련법을 뜯어 고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준비중이다.
채 의원이 발의할 개정안은 일명 '이재용 방지법'으로 불리며, 국민연금의 관리·운용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반한 경우 이득액 또는 기금의 손해액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연금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금운용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자들(기금운용위원 및 기금이사)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등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 해 연금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채 의원은 "연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인 만큼, 이에 손해를 끼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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