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병원이나 백화점, 카드사, 통신사 등에서 수집된 정보를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개인정보보호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12일 한국미래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에서 열린 '성공적 4차산업 진입을 위한 빅데이터의 산업별 활용과 전략적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김승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계정보센터 본부장은 이 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백화점 한 곳, 이통사 한 곳 등 분산돼 있는 정보들은 큰 의미를 갖기 힘들지만, 이들 정보들이 시장에서 모두 더해져 융합돼 빅데이터가 될 경우 산업 육성에 매우 유용한 정보로 가공, 변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2017년 2월 10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백화점에서 운동화를 사는 사람은 30대의 결혼을 한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에 대한 예측이 정밀해질 경우, 백화점에 매우 큰 득이 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빅데이터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480억 달러에서 2017년 534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16년 3억3300억 달러에서 2017년 4억2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시장이 각광받는 것도 이 같은 빠른 성장세가 예측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김 본부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가장 활용 가능한 분야로 의료가 꼽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묵혀만 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라는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국내 시장은 결국 외국계에 뺏기게 될 것이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앞으로 데이터의 활용이 더 커질 경우 데이터거래소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진단했다. 빅데이터를 넘어 더 큰 개념인 퀀텀데이터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의 거래가 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표적으로 기상 분야에서 날씨 예보를 해주는 기업에 대해 데이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그는 빅데이터 시장 확대에 앞서 IT 인력육성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1990년대 IT 벤처 열풍 인력으로 지금까지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017년 기준에서 살펴보면 낙후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드론 등 신기술에 관심이 많으나 우리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최근 KISTI가 22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빅데이터 기업실태 조사'에서도 빅데이터 관련 전문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는 응답은 54.5%에 이르렀고, '보통'은 40.9%, '어려움 없음'은 4.5%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북유럽과 같이 비식별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심야 올빼미버스는 빅데이터를 우리 생활에 잘 이용한 대표적 사례로,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은 이런 것이다. 개인정보보보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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