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권 당국의 수장이 주식발행등록제, 기업공개(IPO) 가속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엄격한 관리·감독으로 늘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확실히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자본 악어' 사냥도 계속하겠다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재벌 소환과 조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큼도 시사했다.
중경상보(重慶商報)는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 주석이 10일 '2017 전국증권선물 관리·감독 공작(업무)회의'에 참석해 자본시장의 관리·감독 상황을 정리하고 향후 전면적으로 단속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류 주석은 "상장사 실력 제고를 기반으로 주식발행등록제를 추진하면 자본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장을 혼란케 하는 한 무리의 '자본 악어'를 대거 소환하겠다"면서 대형자금을 운용하는 투기세력에 단속의 칼 날을 계속 들이댈 뜻도 내비쳤다.
이는 최근 중국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 증가를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제어하겠다는 증감회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관영 CCTV 등 언론은 류 주석이 보낸 단속 강화의 신호가 중국 자본시장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판단했다.
류 주석은 "주식등록제가 기존의 승인 제도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심은 상장사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등록제는 시장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A주 시장 자산배분 기능을 높이고 시장 퇴출제도 개선할 수 있다"며 "상장사 실력을 높인 후 도입하면 긍정적"이라고 봤다.
단속 강화를 통해 그 어떤 투기세력도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동시에 IPO 활성화로 기업 자금조달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류 주석은 빈곤지역, 서부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의 상장 승인 속도를 높여 이들 기업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3년 내 중국 A주 IPO 병목현상도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류 주석은 "IPO가 늘어난다고 주가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IPO 수량 증가 없이는 자본시장의 껍데기 기업 증가, 기업 자금난 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공개해 시장이 미리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자본 악어'를 중국으로 소환해 처벌하고 이들이 개인투자자들을 착취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주석은 지난해 12월 부채를 이용해 부적절한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도록 조정하는 배후의 인물을 '야만인' '지독한 악마' 등으로 지칭하며 재벌의 상장사 지분 적대적 인수 등을 저지할 뜻을 피력해왔다.
류 주석이 언급한 자본악어는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 내부자 거래, 시장 조작을 일삼는 투기세력, 중국 본토 밖에 숨어있는 부패 관련 재벌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 언론은 홍콩에서 실종돼 논란이 됐던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샤오 회장은 중국 당국의 정치인 가족 뇌물 제공 등 부패사건과 관련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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