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상 처음으로 두개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 발생하면서 전국 1100만 마리 규모의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돼지가 구제역에 감염되면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양이 소에 비해 1000배가 넘는데다, A형 구제역 백신 접종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구제역 발병으로 소·돼지고기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쇠고기 가격 벌써부터 오름세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9일 한우 등심 평균 소비자가격은 1㎏에 7만8017원으로 전날보다 2085원 올랐다. 다음날에도 277원 올라 7만8294원에 팔리고 있다. 이날 돼지고기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전날보다 106원 오른 1㎏당 1만7842원을 기록했다.
AI 사태로 공급이 줄어든 닭고기 가격도 여전히 오름세다.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9일 중품 1㎏에 5531원으로 지난달 31일 4890원 보다 13.1%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돼지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들면 계란처럼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구제역고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가격이 많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돼지고기의 재고물량은 7일로 회전율이 빨라 수급을 맞출 수 있지만, 문제는 소비가 많아지는 다음 달부터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돼지, O형 구제역 백신만 접종…A형 접종은 없어
전국 돼지 1000만 여 마리 가운데 A형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돼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기본적으로 혈청형 간에 교차 방어가 되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하위 유형인지에 따라 백신 효과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크게는 혈청형별로, 작게는 유전자 특성에 따라 각각의 하위 유형 방어에 적합한 백신을 맞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구제역은 A, O, C, Asia1, SAT1, SAT2, SAT3형 등 총 7가지 혈청형으로 유형이 구분된다. 각각의 혈청형은 유전자 특성에 따라 최대 80여 가지의 하위 유형(아형)으로 나뉜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국내 돼지에서는 A형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고, 전부 0형 발생 사례만 있었던 점이 영향을 줬다"며 "소보다 돼지 사육 마릿수가 훨씬 많은 데다 백신 균주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비싸지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8차례 구제역이 발생한 우리나라에서는 A형 구제역이 검출된 것은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다. 나머지 7차례는 전부 0형이었다.
◆돼지, A형 구제역 발병하면 전국확산 시간문제
전문가들은 돼지 농가에서 A형이 발생하면 전국으로 확산되기 까지는 시간문제라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돼지의 A형 구제역 발병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1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검역본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포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년도인 2009년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A형과 97.64%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검역원은 2009년 5월 21일 중국에서 돼지가 A형에 확진된 사례가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국제수역사무국(OIE) 구제역 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는 2013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인 2015년 5월까지 총 25건의 A형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건은 돼지에서 발생했다.
돼지가 구제역에 걸리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양이 소보다 최대 1000 배가량 많아 삽시간에 퍼질 위험이 크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돼지에서 A형 발생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과거에 보면 구제역 유형이 소면 소, 돼지면 돼지 등 한쪽에만 발생한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이미 A형이 확진된 소에 집중하고, 동시에 돼지 농가로 유입이 안되도록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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