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첫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골프 회동까지 마치면서 일단 양국 간 친분 쌓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현안에도 대부분 공통된 의견을 보였지만 양자 경제협상이나 환율 조작 등의 경제 문제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 친분 확인 성공 평가...외교·안보 의견도 대부분 일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트럼프가 플로리다 팜비치 소재 골프장에 외국 지도자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만찬과 골프 회동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들과의 친밀한 관계 발전에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나 말콤 턴불 호주 총리 등과는 전화 회담에서조차 비외교적 자세를 취해 물의를 빚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트럼프의 호감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일까지 잠정 확정했다.
이번 회담 내용의 주요 골자는 △ 북핵 대응을 위한 미·일 안보동맹 확인 △ 환율 조작·남중국해 분쟁 관련 중국 견제 △ 양자 무역협정 체결 추진 등 경제 합의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아베 총리와 대부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회동 중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경제 문제를 논의할 경제 핫라인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맡는다. 아소 부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펜스가 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지난 1월 이미 한 차례 회담한 적이 있어 협상 테이블 자체는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이 과거 주지사를 맡았던 미국 인디애나 주에는 SUV를 연 40만 대 생산하고 있는 도요타의 주력 공장이 있어 트럼프의 '공격'을 받았던 도요타의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초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도요타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었다.
◆ 환율 조작·미일 FTA 등 온도차 커...트럼프 '거래 외교' 시동
다만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양국 간 입장을 좁히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진통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지지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일본 때리기'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1987년 미국 신문에 '일본이 거액의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은 대신 강한 경제를 구축했다'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적개심을 품어 왔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와의 친분을 쌓았다고 해도 사업가로서 가져왔던 일본에 대한 경제관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정작 일본의 자동차 산업·환율 조작 등 불편한 의제가 빠졌던 것도 후에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는 일본과 중국을 겨냥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환율 조작을 해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대신 각국과 양자 무역 협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미국이 TPP를 탈퇴한 배경으로 꼽히는 관세 문제가 양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를 주고 다른 하나를 얻는 '거래 외교'에 시동을 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방위 의무의 확인 등을 요구하면 거래를 좋아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도요타의 투자 등 높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거래 외교'는 한·미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한국과 영국, 멕시코 등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는 도박적 성향이 큰 만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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