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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모전단.[사진=연합/AFP]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6년. 대만독립을 주장하던 리덩후이(李登輝)의 대만 총통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은 타이베이 주변 해역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실탄훈련을 하는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금새라도 중국이 대만 통일전쟁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이에 미국이 핵 항모인 인디펜던스와 니미츠를 대만해협 인근에 배치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은 더 이상 무력시위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인민해방군 내 미국 항모에 대한 공포감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미국의 칼빈슨 항모 전단이 동아시아 해역에 이동배치되자,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가 11일 평론기사를 통해 미 항모편대에 대해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러시아는 어떻게 항공모함에 대처했나'라는 제목의 평론기사는 1973년 구 소련군이 미 항모편대를 후퇴시킨 전술을 소개했다.
당시 지중해에 배치됐던 미국 항모편대는 소련에 비해 압도적인 대함전력과 항공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위성통신 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앞섰던 소련은 위성유도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대거 배치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위성제압 수단을 갖지 못했던 미국은 압도적인 항모전력을 지니고 있었으면서도 지중해에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방공작전과 대함작전에는 고속기동과 함께 대열확대가 필요하지만, 대잠작전에는 저속항행과 밀집대열이 요구된다. 때문에 미국의 항모전단이 공중, 해상, 해저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게 된다면, 세방면에서 오는 공격을 모두 방어해내지 못한다는 게 해방군보의 분석이다.
매체는 "옛 소련의 대 항모 전술이 제시하는 통합전술협력 개념과 연합작전, 포화공격(적의 공격 수준 이상의 병력으로 공격하는 것) 원칙을 흡수하고 첨단 장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초강대국의 무적함대'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에 더해 미 3함대 소속 칼빈슨 항모전단을 동아시아에 배치했다. 칼빈슨호는 지난 10일 괌 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모는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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