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동화면세점 매각설은 면세점 위기의 신호탄이다.”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으로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면세점이 최근 자금난으로 경영권 매각설이 제기되자, 면세점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올해 2017년은 면세점 업계로선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새로 사업권(특허)을 획득한 신세계면세점(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신규 업체들이 올해 일제히 오픈, 서울 시내에만 총 13곳(대기업·중소중견 포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경쟁자들은 늘었지만 시장 여건은 녹록치 않다.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ㆍ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유입률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 최대 악재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한한령(한류금지령)을 시작으로 올해 한국행 관광·쇼핑 규제의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 명동의 A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유커들이 많게는 40%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 예년 대비 중국인들이 확 줄어든 명동 거리를 보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중국인 개별 관광객인 싼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분간 유커들의 쓸어담기식 면세점 쇼핑은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다 정부는 면세점에 부과하는 특허수수료를 최대 20배까지 올리는 방안을 이달부터 시행할 예정이어서, 면세점 업계의 시름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관세법 (제68조의2제1항)에 따라 매출액의 0.05%를 부과하던 현행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0.1~1%로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특허수수료는 면세점 매출과 상관없이 일괄 0.05%를 거뒀으나, 앞으로는 △연매출 2000억원 이하 0.1% △2000억∼1조원 0.5% △1조원 초과는 1%의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면세점에서 거둬들일 특허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43억원에서 내년엔 39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특허수수료는 올해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 내년 상반기 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내 면세점들이 회원사인 한국면세점협회 측은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까지 가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신규 면세점들이 영업이익은커녕 수수료에 경영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다.
협회 측은 “정부는 면세점 업체들의 매출이 늘었다는 점만 생각하고, 실제 영업이익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한다”면서 “특허수수료 이익환수는 ‘이익을 낸 면세점’에 한해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1,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도 올해는 ‘독과점’ 문제로 인해 혹독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면세점 특허권 선정을 앞두고 있는 양사는 ‘패널티(감점)’를 받을까 우려가 크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2조2757억원이었는데, 롯데와 신라가 각각 5조9700억원, 3조32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 두 곳이 전체 시장의 76%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에 대해 최근 공동 입찰 심사키로 합의하면서, 정부가 최근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킨 ‘시장지배적 사업자 감점제도’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초 인천공항 면세점은 공항공사가 단독 평가하고 관세청이 추인만 했으나, 관세청이 최근 “독과점 기업에 감점을 주고 중소·중견사업자는 확대하도록 한 현행 관세법령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입찰 참여를 요구했다.
당장 구체적인 선정방식이 합의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롯데와 신라 등 독과점 사업자는 평가에서 감점처리하고 평가항목을 통해 면세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B면세점 관계자는 “매출로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는 것만으로 신규 특허시 감점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국내 면세점 입찰에 연연해 결국 국내 면세사업자의 글로벌 경쟁력을 낮추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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