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유진희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벗기 위한 삼성그룹의 운명이 이번주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삼성 특혜·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사를 마친 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피의자 5명과 함께 신병처리를 일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소여부는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 여부와 함께 이르면 15일, 늦어도 이번 주중에는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한달 여만에 특검에 또다시 소환되면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최고 수뇌부들과 변호인단, 법무팀들은 마라톤 회의를 지속하며 향후 대응방안 마련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가정 하에 향후 대책을 논의중”이라면서 “처음 수사에 응했을 때부터 지켜왔던 진실을 알린다는 원칙에 따라 법리대응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리에 따라 수사 받아야” 각종 의혹에 적극 해명
그동안 수세적인 자세에서 특검 조사를 받아왔던 이 부회장은 이날 적극적으로 의혹과 정황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 25분께 특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성심껏 말씀 드릴 것”이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2일 1차 소환 당시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취재진들과 눈을 맞추며 ‘진실’에 방점을 찍겠다는 그의 발언은 삼성이 이번 사태에 어떤 특혜를 바라고 진행한 대가성 지원이 아님을 부각시켰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지난 9일에 이어 12일에도 언론에 공식 입장자료를 배포하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동안 공식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삼성은 앞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제기될 경우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죄의 유무를 판결하는 재판이 아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이 죄인처럼 인식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처가 불분명한 폭로와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삼성에 대한 오해와 반감이 깊어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도주위험이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제"라며 "법리에 따라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측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 삼성 경영공백 현실화되나
이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들에 대해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가 이뤄질 경우 삼성의 경영공백은 현실화될 전망이다.
당장 미국 전장기업 하만이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하는데, 이 부회장이 양사간 합병을 주도해 온 만큼 그의 신변 변화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마무리되는대로 내놓을 예정인 삼성 경영쇄신안 준비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번 쇄신안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사회공헌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돼 왔다.
특검 후로 예상됐던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도 상반기 내에 실시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미뤄져 가뜩이나 좁아진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VIP마케팅을 전개해 온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와 특검 수사 등으로 반년여 가까이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삼성그룹의 해외사업은 이미 제동이 걸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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