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은 가장 극단의 이지훈을 꺼낸 히든카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이지훈은 준재(이민호 분)의 호적상 형인 허치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준재와 갈등을 벌이는 캐릭터로 선과 악을 오가는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소년부터 악인,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배우 이지훈에게, ‘푸른바다의 전설’은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일까?
3개월간 달려온 ‘푸른바다의 전설’을 떠나보낼 때가 됐다. 소감은 어떤가?
작품의 화제성만큼 허치현 캐릭터의 인기도 남달랐다. 인기를 실감 하는지?
- 촬영할 땐 잘 몰랐다. 외국 팬분들이 알아봐 주시면 그제야 인기를 실감한다. 아! 그리고 경비 아저씨가 ‘드라마를 봤다’고 아는 체 해주셔서 놀랐다. 경비 아저씨가 알아주시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니까?
- 그런 말은 아닌데. 하하하. 드라마 종영 후 스케줄이 인터뷰밖에 없어서 대중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만나는 분마다 깊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우리 드라마의 화제성을 실감한다. 그리고 덕분에 이득도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허치현 캐릭터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다. 미팅 장소에서 바로 대본을 받게 됐다. ‘허치현이라고, 준재의 배다른 형인데 스토리나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캐릭터의 첫인상은 어땠나?
- 선하고 착했다. 그런데 그 선하고 착한 모습이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것 같아 안쓰러웠다. 피규어를 모으는데 그게 또 애정결핍이 있어 보였고…. 사랑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기댈 곳 하나 없는 게 불쌍했다.
극 중 치현은 많은 갈등을 겪고 심리적 변화도 크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저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몰두해 빠져나오지 못하는 타입은 아니다. 웃고 떠들고 밥도 잘 먹는다.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오히려 쾌활한 편인 것 같다. 다만 캐릭터를 준비할 땐 저를 괴롭히는 편이다. 충분히 캐릭터를 이해하고 최대한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치현 역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던 건가?
- 굳이 꼽자면 다이어트를 하는 게 힘들었다. 캐릭터가 변화하면서 외적으로도 크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2kg을 감량했는데 그 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전지현과의 멜로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땐 아예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냥 에필로그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가 또 언제 전지현 누나와 만나겠나.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니 제가 아쉽고 말고 할 게 없는 것 같다.
전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 시종 재밌었다. (전)지현 누나가 맛깔나게 잘 살려주신 부분이 많다. 이런 장르에서 누나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치현 캐릭터를 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
- 심경 변화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도 그렇고. 아빠에게 받는 상처나 외로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려가고자 했다.
일반적인 감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 흔한 관계는 아니지만, 감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구, 연인 간에도 사랑을 갈구하고 그에 따른 실망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나. 다만 드라마기 때문에 극단적인 제스쳐가 있었던 거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배신당했을 때의 상처는 모두 경험해봤을 테니까. 대본을 보면서 ‘이런 마음이겠구나’에 살을 조금씩 더 붙인 셈이다.
동생으로 나온 이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 되게 털털하고 좋은 형이다. 실제로는 저보다 형이신데, 잘 챙겨주시고 함께 운동 이야기도 하면서 편하게 지냈다.
실제로는 형이지만 드라마에서는 형이었다
- 하하하. 연기하는 데 불편한 건 없었다. 다만 민호 형이 저를 형이라고 부르면 웃음이 나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 지나니까 익숙해져서 거리낌 없이 연기했다.
엔딩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처절하면서도 딱 치현이다운 엔딩이었는데
- 짠했다. 끝날 때까지도 이렇다는 게. 하지만 치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엔딩이었던 것 같다. 이제까지 보여준 치현을 단 한 장면으로 함축시킨 신인 것 같다.
이지훈의 필모그래피에 ‘푸른 바다의 전설’은 어떻게 남을 것 같나?
- 제게 이런 사나운 감정이 있다는 것을, 짠한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다. ‘학교2013’ 이후 가장 화제성 있었던 드라마였고, 덕분에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2017년에는 소처럼 일해서 연말에는 꼭 상을 받고 싶다.
다음 인터뷰까지 꼭 이루고자 하는 점이 있다면? 혹은 제게 약속 한 가지를 하자면?
- 로맨스! 로맨스 작품을 꼭 찍고 돌아오겠다. 로맨스를 하지 못한다면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하하하. 다음 작품은 꼭 로맨스를 하도록 하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