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타오바오샵이 만든 농촌 ‘신(新)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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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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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성 비제시치 싱관구 칭커우촌의 택배회사 ‘서비스맨’인 룽서우쿤(왼쪽 두번째)가 냉장고를 등에 지고 마을 주민인 줄리아 씨의 집으로 배달하고 있다. 줄리아는 아이와 함께 룽 씨를 마중 나와 길을 안내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기억 속 농번기는 늘 계절과 함께 오갔다.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합작사(合作社)에 들러 종자를 샀고 곡괭이를 들고 논두렁에 가서 밭을 갈고, 수확을 거두었다.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농번기의 풍경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제 시장을 따라 오간다.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로 클릭을 하며 물건을 사고, 생산물을 판다.
온라인샵을 열고 공장을 지으며 ‘전자상거래 왕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 11월 11일 ‘중국판블랙프라이데이’ 본지 기자는 장쑤(江蘇)성과 구이저우(貴州)성에서의 ‘신 농번기’ 풍경을 취재했다.

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가 농촌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타오바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가 2014년 내놓은 ‘타오바오 농촌 플랜’은 농촌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알리바바의 ‘천현만촌(千縣萬村) 플랜’의 핵심사업이다. 농촌타오바오가 생겨난 이후 각지의 특산물은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판매되고, 마을 주민들도 인터넷에서 각종 생필품과 농업용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빠르고 편리한 배송서비스 덕분에 집 안에서 편리하게 물건을 보내고 받는 일도 가능해졌다.

어디든지 찾아가는 인터넷 배송
지난해 11월 7일 이른 아침, 구이저우성 비제(畢節)시에 있는 택배업체 르르순(日日順)로지스틱스에서 근무하는 ‘서비스맨’ 룽서우쿤(龍守坤) 씨는 회사 동료에게 조금 일찍 출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날은 여러 가지 배송물품을 마을로 배달해야 했다. 시내에서 마을까지는 산을 넘어 3시간을 달리는 먼 길이었고, 지난 며칠 간 비가 많이 내려 도로 상황이 어떨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룽 씨는 또 다른 동료 서비스맨에게 “여기 있는 것들은 마을 주민이 인터넷에서 구매한 냉장고인데, 오늘까지 꼭 배달을 해야 한다. 며칠 지나 또 비가 오기 시작하면 마을에 차가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룽 씨는 기자에게 자신이 ‘배송+추가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객이 구매한 가전을 집까지 배송하면서 설치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사실 따져보면 이렇게 큰 가전을 마을까지 배달하는 건 손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을로 가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전적으로 기사의 풍부한 운전경력에 달렸다. 게다가 기사는 운전 외에도 룽 씨와 함께 ‘서비스맨’의 역할도 담당한다. 둘은 커다란 가전제품을 차에서 내리고,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등에 제품을 지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받쳐 주민의 집까지 배달한다. 마을에는 식사를 할 수 있으면 트럭 주차가 안 되고, 주차가 가능하면 식사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룽 씨는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는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줄리아는 비제시 치싱관(七星關)구 인디(底鄉)향 칭커우(箐口)촌에 사는 묘(苗)족 여성이다. 오늘은 인터넷에서 주문한 냉장고가 도착하는 날이다. 일찍부터 마을 어귀 잘 보이는 곳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던 줄리아는 트럭을 보자 손을 흔들며 자신의 집까지 안내했다. 트럭이 멈추고 서비스맨들이 차에서 냉장고를 내려 등에 지고 줄리아의 집까지 들어갔다. 박스를 풀어 냉장고를 꺼내 플러그를 꽂고 시험 작동을 했다. 40분 후 물품수령서에 사인을 했다.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종료됐다. 줄리아는 아이와 함께 수줍게 손을 흔들며 서비스맨들을 배웅했다. 훌륭하게 ‘미션’을 완료한 룽 씨는 다음 마을로 향했다.
 

구이저우성 비제시 치싱관구 칭커우촌의23살 묘족여성인 줄리아 씨가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냉장고가 집으로 배달됐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구이저우성 마장현 퉁구촌의 89세 진더타오(金德桃) 씨가 자신의 집에서 마호가니 식탁 앞에 서있다. 진 씨의 딸은 인터넷에서 탁자, 아치형 문, 침대, 소파 등 마호가니 가구세트를 12만 위안에 구입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구이저우성 마장현 퉁구촌의 43세 자오싱핑 씨와 아내는 농촌타오바오 왕눙다이 대출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양돈장 확장에 쓸 6만 위안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현재 양돈장에서 1000 마리가 넘는 돼지를 기르고 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구이저우성 마장현 바이우촌의 24세 롼훙쥐(阮紅菊) 씨는 농촌타오바오샵을 통해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위한 유모차를 구입했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마을 심부름꾼’들의 농촌사업
비제시치 싱관구 인디향칭커우촌 마을위원회관 1층에 위치한 ‘농촌타오바오샵’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타오바오의 현지 파트너이자 마을의 ‘마을 심부름꾼(村小二)’이라는 공식 애칭으로 불리는 양서우융(楊首勇) 씨가 인터넷에서 주문한 옷을 입어보는 아주머니를 돕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후 막 배달된 10벌의 옷을 입어보며 옆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묻는 아주머니에게 양 씨는 “사이즈가 안 맞으면 교환하라”고 조언했다. 옷을 다 입어본 아주머니는 신이 난 얼굴로 기자에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산 옷은 마을 장터에서 산 옷보다 질도 좋고 디자인도 다양한데다 예쁘기까지 하다. 택배가 집 앞까지 배달도 해 주니 이런 산속에서 일부러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지 않아도 돼 여러 모로 편리하다.”
양 씨는 비제시에서 개인사업을 하다 농촌타오바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입사시험을 거쳐 알리바바 ‘천현만촌 플랜’의 파트너로 선발됐다. 그는 현재 마을의 ‘심부름꾼’으로서 현지 주민들의 인터넷 쇼핑과 소형 택배의 마을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매달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급하는 중개수수료가 그의 수입이다. 수입은 주민들의 쇼핑 매출과 연동되며, 그는 이 수입을 자신의 타오바오오픈샵 운영 유지에 쓰고 있다.
1년 남짓 지난 지금 양 씨는 10만 위안(약 1700만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상태다. 대부분은 주민들 대신 먼저 지불한 물품 대금이다. 그는 또 마을에서 30마리의 양을 키우며 인터넷을 통해 이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농촌타오바오는 크게 인터넷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행(上行)’과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하행(下行)’으로 나뉜다. 양 씨는 농촌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상행 유통개척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마을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마을에서 일정 규모로 생산되는 특산품의 공급라인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그는 타오바오를 통해 전국 각지로 이를 판매할 생각을 갖고 있다.
구이저우성 첸둥난(黔東南) 묘족·동(侗)족자치주 카이리(凱裏)시 샤스(下司)진 바이우(白午)촌에 사는 진솽(金雙) 씨 역시 농촌타오바오샵을 운영하며 양 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1989년생인 그는 2013년 허베이(河北)성의 경찰학교를 졸업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했다. ‘농촌가정교육지도센터’를 설립한 그는 농촌 교육 플랫폼을 인터넷으로도 구현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2015년에는 첸둥난 자치주의 ‘마을 우수청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바이우촌의 ‘마을 심부름꾼’이기도 하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마을의 특산품인 고구마 상품 개발에 쏟고 있다. 종자 농가를 도와 품질이 우수한 고구마를 선별하고 포장해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그는 “앞으로 우리 마을의 품질이 우수한 포도, 블루베리, 딸기 등도 전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그는 마을 제1서기직도 맡으며 정부를 대신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자오룽쥐(趙龍菊) 씨는 첸둥난주 마장(麻江)현 퉁구(銅鼓)촌의 ‘마을 심부름꾼’이다. 주요 간선도로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퉁구촌은 택배가 구매자의 집 앞까지 배송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보통은 물품이 농촌타오바오샵에 먼저 배송된 후 점주가 마을 주민에게 연락해 직접 수령하게 한다. 자오 씨의 농촌타오바오샵은 마을위원회관 1층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통신료와 전기료 납부,채소와 종자 구매 등 종합서비스센터와 같은 역할도 한다. 자오 씨는 위챗(微信)에 전용페이지(微信群)를 개설해 세일 정보가 나오면 이를 즉각 공지하기도 한다. 물품 구매대행 요청이 올 경우 모델명과 가격을 확인한 후 주문을 하고, 돈을 먼저 대신 지불한 후 구매자가 물건을 수령할 때 대금을 지급받는다.
2016년 11월 11일 ‘중국판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날, 자오 씨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회관은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택배를 수령하는 주민들로 가득했다. 한 주민은 이웃집 아기의 백일잔치에 들고 갈 아기시트를 사러 왔다. 오전에만 이곳 타오바오샵의 매출액은 4000만 위안에 달했다. 오후가 되자 자오 씨는 위원회관의 방송실로 가서 마을 스피커를 통해 세일행사 소식을 알렸다. 얼마되지 않아 마을 주민 자오위안저우(趙元周)와 우칭(吳慶) 씨가 세일 중인 식기세척기를 보러 왔다. 자오 씨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델을 고르는 이들 옆에서 줄자를 통해 실제 크기를 알려주었다. 30분 후 두 사람은 각자가 마음에 드는 식기세척기를 선택했다.
그는 농촌타오바오샵을 열기 전 읍내에서 도매점을 운영했었다. 당시 수입은 나쁘지 않았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을 농촌타오바오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수입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온라인샵은 향후 전망이 좋으며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충구촌은 ‘중국 현대 민간회화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어 명성을 듣고 농민 화가들의 그림을 사러 오는 이들이 많다. 이에 자오 씨는 따로 전문샵을 개설하고 농민 화가들의 그림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농촌타오바오샵에는 ‘왕눙다이(旺農貸)’라는 영농 대출서비스도 제공한다. 농민 자오싱핑(趙興平) 씨는 자오 씨의 도움을 받아 금세 양돈장 확장에 쓸 6만 위안을 대출받았다.
자오 씨의 남편도 퉁구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농촌타오바오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두 부부는 앞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 인터넷으로 현지 농산물을 판매하고 농촌 주민들이 전자상거래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농촌타오바오의 성장은 ‘마지막 1㎞(最後一公里·Last Kilometer)’로 일컬어지는 지역 인프라 건설과 농촌 인터넷 보급 및 전자상거래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행’ 제품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상품포장의 중요성도 점점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타오바오는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이 농촌 곳곳에서 활용되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농촌타오바오샵도 마을의 종합서비스센터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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