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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안티 티카넨,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야 미첼, 비올리스트 블라디미르 멘델스존, 첼리스트 이정란, 더블베이시스트 이정수, 하프시코드 박지영, 센터의 바이올린 솔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지난 1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핀란드 유명 실내악 축제 쿠흐모 페스티벌에 내한한 유럽 연주가들과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이 합주를 펼치고 있다.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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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아주경제 박은주 기자 = 북유럽의 차분한 연륜과 한국의 열정이 어우러져 동서양의 오묘한 하모니가 연출되었다.
음울하고 차가운 듯 하지만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북유럽의 음악과의 만남은 짧았지만 여운만큼은 길게 남았다.
세계 최대 규모 실내악 축제인 핀란드의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의 축약판이자 한국과 핀란드 클래식 간의 본격적인 협업을 알리는 ‘금호&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국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의 열정 넘치는 젊은 연주자들과 연륜있는 북유럽 거장들의 연주는 바로크음악의 상징인 하프시코드와 어우러져 한국 청중들을 북유럽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또 쿠흐모 페스티벌의 개최지인 핀란드를 비롯해 프랑스, 호주 등 유럽 클래식의 정수들을 무대에 올려 '한국과 유럽 클래식의 신선한 만남'이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음악감독이자 비올리스트인 블라디미르 멘델스존이 "청바지와 흰 티를 입고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있을 정도로 자유롭고 즐거운 음악 축제"라고 소개했던 것 처럼 이번 공연은 '클래식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종일관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은 1970년 핀란드의 지방 소도시인 쿠흐모에서 시작돼 45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음악축제다. 매해 7월에 2주간 펼쳐지는 이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실내악 꿈나무까지 매년 200명에 이르는 음악가, 100명에 이르는 음악학도, 5만명에 육박하는 청중들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악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에는 멘델스존 음악감독을 필두로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야 미셸·안티 티카넨 등 유럽 무대서 각광받는 음악가들과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와 임지영, 하프시코디스트 박지영 등 촉망받는 국내 젊은 실력파 연주자들이 함께 했다.
페스티벌 첫날인 9일에는 핀란드 문화의 정수라고 불리는 시벨리우스, 버르토크 등 북유럽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곡들을, 또 10일에는 드뷔시, 라벨, 미요 등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레퍼토리를 선 보였다.
특히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11일 3시 공연에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듣는 클래식인 파헬벨의 캐논·비발디의 사계 등을 무대에 올려 북유럽의 서늘한 감성이 가미된 곡들을 즐길 수 있었다.
정통 바로크 음악을 메인으로 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웅장하고 무거운 느낌의 기존 클래식의 피아노 대신 하프시코드(Harpsichord)가 베이스로 들어가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 한층 더 부각된 느낌을 받았다. 하프시코드의 맑고 청아한 선율이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클래식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하프시코드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피아노와 하프의 중간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는 14세기경 이탈리아에서 고안된 건반악기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독주 및 합주 악기로 군림했으나 피아노가 대중화 되면서 주연 자리를 내줬다.
공연 도중 비발디의 사계 공연 중 여름의 바이올린 솔로를 맡아 정열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져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 음악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와 함께 무대와 곡에 대해 설명하며 청중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멘델스존 감독은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함께 연주한 한국 연주자들을 애정담긴 칭찬을 해서 공연은 훈훈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음악의 도시 '빈'을 주제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대표하는 실내악 작품 위주로 꾸며진 마지막 공연은 쿠흐모 페스티벌과의 만남의 말미를 장식했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국내 연주자들의 연주 기회 확대와 실내악 저변 확대를 위해 쿠흐모 페스티벌과 올해에 첫 교류를 시작했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쿠흐모 페스티벌과 본격적인 결연의 시작을 알린 금호아시아나재단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초청을 받아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페스티벌은 2018년 7월에 핀란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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