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은행의 매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방한해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지난주에는 국부펀드 실무진까지 방문해 대우건설로부터 브리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대우건설의 매각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우디 관계자가 와서 대우건설의 회사 소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사우디의 인수 의향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대우건설은 최근 1~2년간 사우디 측과 잔사유 고도화 생산단지 공사, 신도시 건설 등의 수주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어느 정도 사우디 해외건설의 활로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대우건설이 국내 10대 건설사로 상징성이 있는데다, 매각가가 1조6000억원에 달할 만큼 덩치가 큰 점도 해외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PEF(사모투자펀드)는 투자원금(3조2000억원)의 절반 정도 가격에 매물로 내놨지만, 1조6000억원이라는 금액은 다른 대기업 입장에서 인수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건설업황의 리스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격조차 헐값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어, 자국 내 일감을 충분히 확보한 사우디 등 국부펀드로의 인수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단순히 대우건설을 방문하기 위해 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 복안을 마련하고 해외건설 경쟁력, 미래가치, 매각 과정 및 절차 등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금호아시아나나 산업은행 등 국내 기업들은 대우건설을 인수했음에도 불구, 상호 간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이는 인수 기업들의 건설업에 대한 현황 파악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본다"며 "물론 해외 국부펀드로 인수되면 국부 및 기술력 유출이라는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의 사례처럼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신뢰관계가 구축된다면 해외로의 인수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인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당장 내달 예정된 감사보고서가 무난히 ‘적정’ 판정을 받아야 하고, 이 부분이 해결되면 주가가 상승해야는 숙제가 남았다. 특히 PEF 만기가 올 10월에 돌아오는 만큼 산은 입장에서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태다.
다만 대우건설이 지난 9일 '빅 배스(Big Bath)' 단행으로 회계 장부가 상당히 깨끗해졌고, 이에 힘입어 주가가 조금씩 반등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실제로 작년 11월 중순 이후 액면가(5000원) 수준에서 머물렀던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 9일 공시 이후 회계 리스크가 낮아지며 상승하기 시작, 3개월여 만에 6000원 벽을 넘어섰다.
한 M&A(인수합병) 전문가는 "대우건설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일단 앞에 놓인 한 단계, 한 단계 숙제들이 문제없이 해결돼야 한다. 아무튼 다음 달 감사보고서가 적정으로 나오는 것이 먼저"라며 "이왕이면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나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나선다면 해외에 인수되더라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대우건설의 자구노력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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