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이정주 기자]
그랬던 정당이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한 주인공이 누가 뭐래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라 점에서 만큼은 이견이 없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탄핵 국면 속에서 나락에 떨어진 집권여당을 구해낸 구세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적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용기를 내 이 자리를 빌어 인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모든 반성의 기본은 정직’이라고.
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른바 친박(친박근혜)계 인적청산에 이어 ‘반성·화합·다짐’ 토론회를 이끌며 종횡무진 애를 썼다. 이 노력에 대해 흠집을 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개인적으로 당시 이 폭로를 듣고 혹시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이 ‘WWE(프로레슬링)를 하다가 UFC(종합격투기)로 넘어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말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틀어져 버린 건 아닌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당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적청산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기자는 인 위원장에게 "오늘 이 시점 이전에 혹시 당 안팎 인사를 포함해 단 한명이라도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인 위원장은 “여기 있는 원내대표조차 이 자리에서 처음 들을 것”이라며 특유의 화법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지금까지 현 집권여당에서 단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파격적인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국민들을 상대로 공개 기자회견에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서 의원은 이미 12월 25일 성탄절 전후 즈음 인 위원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대화 내용이 ‘국회의장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서 의원 정도의 중진 의원이면 향후 많은 기회가 있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한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인 위원장은 인적청산의 신호탄을 쏜 기자회견 5일 전에 이미 서 의원을 만나 논의를 했다는 점이다. 공개 석상에서 12월 30일 전에 그 누구와도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국민들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인 위원장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보여준 ‘반성의 진정성’이 작은 거짓말 하나로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여곡절 끝에 한때 20명 안팎까지 예상됐던 인적청산의 범위는 고작 3명(서청원, 최경환, 윤상현)으로 축소됐다. 징계의 강도도 탈당은커녕 당원권 정지 수준에서 무마됐다. 이 또한 모두 인 위원장의 공이다. 지금 당장은 성공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직이 부재한 반성이 언젠가 자유한국당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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