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기로 하면서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이 1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사망과 관련해 "말레이 정부가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속인주의'를 내세워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부터 강력하게 시신인도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진상규명 없이는 인도할 수 없다"며 즉각 인도를 거절한 채 '속지주의'를 내세워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신이 북한으로 인도될 것으로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번 피살 사건에 대한 구체적 배후와 원인을 규명해 내기는 어려워졌다.
16일 현재까지 체포된 용의자들을 근거로 이번 피살 사건은 북한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범행 주체를 은폐하기 위해 베트남 여성 등 외국인을 고용한 ‘청부살인’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뿌려 살해하고 도주한 베트남 국적의 여성 한 명과 말레이시아인 남성 1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싱가포르 언론이 보도했다.
16일 체포된 여성 용의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이 여성이 북한의 우방국인 미얀마 출신이라는 정보와 인도네시아 세랑 출신의 25세 '시티 아이샤'로 적힌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국적관련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뉴스전문채널인 채널 뉴스아시아는 이날 체포된 말레이시아인 남성 1명은 두 번째 여성 용의자의 남자친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붙잡힌 남성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 경찰이 추적 중이던 추가 남성 용의자 4명 중 1명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피살사건 용의자들이 속속 체포되면서 북한의 요인 암살 수법이 새롭게 달라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다른 국적자를 고용한 '원격조종'에 철저한 사전 숙지와 교육, 과감한 접근과 범행 및 도피, 배후세력 은폐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말레이 경찰에 검거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는 도주한 남성 4명의 지시를 받고 '장난'에 동참했다고 진술했지만 현지 수사 당국 관계자는 "여성 2인조가 어떤 국가(북한)에 고용돼 암살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범행을 벌인 일당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이 12일 마카오로 출국하려고 하기까지의 일정과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은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이) 심문 시 답변에 막힘 없이 자신은 김정남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전에 경찰 조사에 대비해 답변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있은지 나흘째 되는 이날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세 생일(광명성절)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기남, 최태복, 리명수, 박영식, 리수용, 김평해, 리만건, 오수용, 김영철, 최부일, 조연준, 리병철 등 당·정·군의 북한 지도부가 수행했다.
최근 계급이 강등되고 국가보위상의 자리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중앙보고대회에 이어 참배 행사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김정남 피살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내내 어둡고 굳은 표정이었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행사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때 주석단이나 청중석을 바라보거나 손도 흔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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