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오는 24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예정일인 3월 13일 이전에 최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권한대행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14차 변론'에서 "재판부에서는 다음 증인 신문을 마친 다음에 2월 24일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라며 "쌍방 대리인은 23일까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해주시고, 24일 변론기일에 최종 변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통령 측은 "최종변론은 최소한 증거 조사를 하시고 최종변론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줘야 한다. 23일 서면 제출하고 24일에 한다는 것은 일반 재판에서도 그렇게 안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바로 번복하기는 어려울거고 두분 대리인이 말씀하신 사정을 준비사항에 적어주면 재판부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간 법조계에선 2월23일 전후로 최종 변론기일을 예측해왔다. 최종 변론기일이 지정됨에 따라 헌재의 탄핵 인용·기각 여부에 대한 선고는 그후 10~14일 뒤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대 교수는 "재판부가 통상 최종 변론일 이전에 결정문 작성에 착수하기 때문에 최종 선고가 평소보다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헌재는 이날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모순된 증언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오후 2시 변론 시작 20여 분 전 헌재에 도착한 정 전 이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심판정 대기실로 향했다.
애초 이날 출석할 예정인 증인이었던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는 잠적한 상태다.
정 전 이사장은 "고영태가 K스포츠재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재단의 인사권과 예산안과 관련해선 "최순실씨와 상의했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최 씨는 재단에서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데 왜 최 씨와 재단 문제를 상의했느냐'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으로부터 최 씨가 청와대와 연관이 돼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이사장은 재단과 청와대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얘기해왔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재단의 실권을 장악했다면서도 재단 관련 내용들은 최씨와 상의했으며, 이러한 이유가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얘기한 것은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정 전 이사장의 오락가락한 진술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재단은 이사회에 의해 돌아가고 출연진은 관계 없다 해놓고, 왜 전경련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사퇴했냐"고 물었다.
이어 "재단이 이사회 중심으로 돌아갔냐, 아니면 출연자 중심으로 돌아간 걸로 알았냐"고 다시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결국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했다.
또 최 씨의 지시대로 움직인 이유도 집중 질의했다. 강 재판관은 "최씨가 재단 이사도 아니고, 출연한 사람도 아니고, 아무 직책도 없는데 그 분이 시키는대로 한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정 전 이사장은 이에 "국가적 사업이니까 대통령 뜻일수도 있다고,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헌재는 20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방기선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전 경제금융비서관), 22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최 차관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김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최씨는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던 적이 있어 이번 주와 같은 변론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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