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침체된 출판시장에 활력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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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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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이름은.' 열풍에 이어 '혼자를 기르는 법' '나쁜 친구' 등 인기

'혼자를 기르는 법'·'나쁜 친구' [사진=창비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 등 출판계에 새해 벽두부터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만화'가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두주자는 2월 16일 현재 관객수 362만여 명을 기록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코)의 동명 원작 소설 '너의 이름은'(대원씨아이)이다. 이 소설은 지난달 초 영화가 개봉한 이후부터 화제를 끌기 시작해 같은 달 둘째 주 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최근 2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문학 분야 10위 안에 드는 등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특별판 '너의 이름은. Another Side: Earthbound'(대원씨아이)도 꾸준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세계 최고 권위의 만화축제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한국 최초로 '새로운 발견상'을 수상한 '나쁜 친구'('앙꼬'·본명 최경진, 창비)는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나쁜 친구'는 2012년 국내 출간된 책으로, 사춘기 시절 어둡고 깊은 사색을 기발하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돼 파리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됐고, 그해 3월 벨기에 브뤼셀만화박물관에 전시된 바 있다.

창비 관계자는 "한국 만화 시장의 초점이 웹툰산업 쪽에 맞춰진 상황에서 이번 앙꼬 작가의 수상은 출판만화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온 것"이라며 "유럽·일본 만화 위주의 세계 시장에 한국만화의 작품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쁜 친구'는 작가주의적 색채와 높은 완성도로 출간 후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고, 앙굴렘 수상 이후 스페인어·일본어판 등 번역 출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급격히 판매량이 늘어났던 '채식주의자'(한강, 창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간 만화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창비)도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지난 7일 출간 후 열흘 만에 '너의 이름은'을 누르고 주요 서점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2위(알라딘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혼밥' '혼술' 등의 신조어로 요약할 수 있는 1인가구 시대를 뛰어난 감각으로 포착하며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삶을 가감없이 그려낸 다음웹툰 연재작으로,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화제작이다.

일본 3040세대 독신 여성의 삶을 단순한 필치로 솔직하게 표현한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한국에서도 폭넓은 공감을 얻은 것처럼 '혼자를 기르는 법'은 20대 한국 여성의 삶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며 한국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는 평이다.

그동안 소규모 팬덤과 마니아층의 하위문화로만 인식되던 만화는 스마트폰의 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대 등 모바일 시대를 맞아 웹툰 같은 접근형식 변화를 통해 기존 독자 범주를 넘어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하고 있다. 최규석의 만화 '송곳' 등이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미디어셀러'로 주목받은 것도 비근한 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자 충성도가 높고, 영화·드라마 등의 원작으로도 자주 활용되는 만화가 출판계에 어떤 신풍속도를 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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