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촛불 폄하 발언과 가짜 홍삼 파문으로 지난달 사퇴했으나 여전히 여론은 시큰둥하다. 불미스러운 사태를 책임진다는 명분의 사퇴였지만 이미 후계 승계를 마무리한 상태라 진정성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김영식 회장은 지난 1984년 천호식품을 창업했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천호식품은 지난해 매출액 750억원을 달성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직접 광고에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란 광고카피로 식품업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로또 2등에 당첨돼 당첨금 전액을 출산지원금으로 기부해 회자가 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출산 장려 캠페인을 실시하고 총 10억원 이상을 기부해왔다.
또한 보수단체인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가 제작한 영상에서 김 회장은 "대통령이 여자 하나 잘못 쓸 수도 있는거지 무슨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사건이길래 하야하라, 탄핵하라고하나. 대한민국이 좌파의 최면에 걸려 미쳐 날뛰고 있다"고 발언했다.
촛불집회 관련 비하 발언으로 천호식품 불매운동 등 반발이 커지자 김 회장은 글의 일부 문구를 수정하고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천호식품에서 유통한 100% 홍삼농축액 제품들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호식품은 물엿과 캐러멜색소가 첨가된 홍삼 농축액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고 100% 홍삼 농축액으로 표기한 6개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6년근홍삼만을, 6년근홍삼진액, 쥬아베홍삼, 스코어업 등이 해당 제품이다.
그동안 쌓아올린 김 회장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궁지에 몰리자 김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앞으로 천호식품과 관련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천호식품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라 이번 사임이 그저 보여주기식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김 회장의 아들 김지안 대표는 지난 2014년 대표에 취임한 후 회사 지분 22%를 확보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 8.5% 보다 훨씬 많다. 경영권은 아들 김지안 대표에게 넘어가며 김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책임 사퇴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호식품의 IPO(기업공개)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천호식품은 지난 2012년 NH투자증권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데다 촛불시위, 가짜 홍삼 파문으로 IPO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호식품은 2013년 매출액 719억원을 기록한 후 2014년 777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2015년 676억원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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