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 마한 시대 천제를 지내는 소도 앞에 큰 시장통이 있었다. 머리통이 소대가리만하고 지능이 떨어져 소대갈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주먹패 두목이 시장에서 제일큰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이씨를 불러 제법 큰 돈을 뜯었다. 이씨가 아들 혼사를 통해 옆상점과 점포를 합쳐 세를 키우려는 데 당시 관청에서 이를 허가해 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소대갈이 관쪽에 제법 인맥이 두터워 이를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이었다. 이씨가 소대갈 주먹패의 행패가 두려워 일단 은 1만냥을 바쳤는데 후에 이게 문제가 크게 됐다. 이씨는 뇌물을 줬다는 명목에 옥에 갇히게 됐다. 관은 경제가 어려운데도 나라 제일 상인인 이씨를 구속했다며 엄정수사의 표본임을 자부했다. 하지만 소대갈은 제사장이 거처하는 소도로 도망가 잡을 수가 없었고 이는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을 가정한 것이다. 농사와 질병이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삼한시대에 천제를 지내는 제사장의 공간이 신성불가침였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당시엔 제사장이 실제 비를 관장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의 과학으로 보면 허구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구속됐다. 최순실 측을 통해 430억원 규모의 뇌물을 주고(일부는 약속) 경영승계 관련, 청와대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다. 구속 이후 이 부회장은 이틀 연속 특검팀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미르 등의 재단설립 출연과 최씨 측에 게 직접 전달된 지원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승계 과정 지원에 대한 대가가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한 절차다. 뇌물죄는 주는 쪽(공여)과 받는 쪽(수수) 쌍방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특검팀의 칼날은 궁극엔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수사 기간이 28일까지로 한정된 특검팀의 입장에서는 돈을 뜯긴 쪽을 우선 압박이라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돈을 뜯는 혐의를 받는 대통령은 소도로 피해 있는 셈이어서 현행법으로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천년 뒤 후손들이 봐도 이 것이 당연할까? 제사와 비가 과학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지금 사람에게 소도가 그렇듯 천년 뒤 후손들에겐 지금의 청와대가 소도로 보일 수도 있다.
천년 뒤로 날아가지 않고도, 당장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준 이유만 봐도 그렇다. 불소추 특권의 명분은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 등 국정 현안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전부터 이미 원활한 외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업무정지 뒤 황교안 대행체제에서는 국정 전반이 사실상 마비 상태로 전락한 상태다. 외교가에서 한국은 샤먼(주술사)의 통치를 받는 3류국민이고, 국가 수반이 사실상 피의자로 전락한 관가는 엄마 아빠가 출장간 집안의 수험생처럼 본업은 뒷전이 돼버렸다.
나라꼴이 이 지경인 데 대통령측은 아직도 대면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두고 법논리를 따지고 있다니 가관이다. 설사 탄핵을 당하지 않아도 이미 국가 수반으로서의 권위와 능력을 모두 상실한 사람이 도대체 왜 자리와 특권에 연연하는 지 상식과 논리를 가진 국민들 입장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제사장의 주술이 비를 올 수 있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 운영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전세계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대통령은 특권을 스스로 던지고 특검의 대면조사에 자발적으로 응해야 한다. 이제 맨발로 소도를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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