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52번째 타자는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제작 티피에스컴퍼니·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주인공 지창욱이다.
영화는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 권유(지창욱 분)가 게임 길드원들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창욱은 살인자로 조작된 평범한 남자 권유 역을 맡았다. 권유는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게임상에선 치밀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은 PC방 죽돌이인 백수. 그는 여느 때처럼 게임에 열을 올리던 중 “휴대폰을 찾아달라”는 한 여자의 부탁을 받게 된다. 사례금을 목적으로 여자를 만나게 된 권유는 3분 16초 만에 ‘미성년자 살인 강간’이라는 범죄의 용의자로 몰려 한순간에 모든 걸 잃는다.
“가장 힘들었고, 또 그만큼 좋아하는 건 교도소 신이에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저를) 많이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우리 영화 속에 등장하는 교도소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그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지창욱이 언급한 교도소 신은 그야말로 잔혹하고, 처참한 장면이다. 누명을 쓴 권유는 1급 범죄자들만 모아놓은 교도소에 갇히게 되고, 그 안에서 교도소를 통제하는 권력자 마덕수와 부딪친다. 이제 막 입소한 권유가 예상치 못한 반격을 벌이자 마덕수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폭력과 무자비한 방법으로 권유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 공간 안에 있으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구별이 되지 않더라고요. 상황 자체에 집중해서 그때그때 드는 감정들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런 극한의 상황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권유를 연기하면서 ‘나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싸워나가는 권유를 보며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온갖 폭력에 노출된 권유. 그는 오로지 “누명을 벗겠다”는 일념으로, 조금씩 교도소에 적응해나간다. 어드벤쳐 영화의 주인공이 그렇듯, 권유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끝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
“정말 힘들었고 두려웠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어요. 말 그대로 애증이랄까요? 하하하. 그 공간 안에서 연기하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화려한 볼거리와 상상력이 가미된 공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지창욱의 리얼하고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조작된 도시’는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은 126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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