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메모리 반도체업계 1위 삼성전자와 시스템 반도체업계 1위 인텔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 상대 진영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와 시스템 분야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스마트홈·자율주행차·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사업들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최근 자신들의 주력 분야가 아니었던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각각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설비 확장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업계 최초로 모바일 AP에서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것을 기반으로 올해 14나노 기반의 오토모티브·웨어러블 제품 다변화와 이미지센서(DDI) 등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시스템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먼저 10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공정으로 경쟁사인 인텔보다 1년 정도 기술이 앞선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을 위한 주요 장비도 경쟁사보다 앞서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인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 이들은 올해 초 메모리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올해 120억 달러(1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기술경쟁력 강화를 추진, 낸드플래시 등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인텔은 중국 다렌의 비메모리 생산라인을 6조원을 들여 3D 낸드플래시용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의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 D램에 비해 같은 칩에 10배의 용량을 집적할 수 있고 낸드플래시에 비해서는 1000배의 속도와 내구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올해 초부터 3D 크로스포인트 기반 옵테인(Optane) 메모리 스틱 샘플을 파트너들에게 테스트용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올해 전체 매출의 10%를 3D 크로스포인트를 통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옵테인이 이르면 오는 4월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양사의 진영을 넘는 경쟁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재편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세계 1위 인텔, 2위 삼성전자 양강 구도로 변함이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5.9%를 차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삼성전자는 11.8%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자신의 주력 분야를 넘어 상대 진영을 넘보면서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난 15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던 현 반도체 시장이 격변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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