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임동락 위원장은 비엔날레의 설립 취지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고 파괴했다. 임 위원장이 오면서 비엔날레 사무국은 모든 직원들이 위원장 1인의 수발을 드는 전근대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으로 사유화됐다."
윤재갑 2016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부산비엔날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차기 전시감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감독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임 위원장의 잦은 폭언과 인격비하, 비엔날레 취지와 맞지 않는 조형물 사업, '총감독' 월권 행위 등 세 가지다.
윤 감독에 따르면, 비엔날레 사무국 내 팀장급 직원 2명은 임 위원장의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행사 개막 전후로 그만뒀다. 윤 감독은 "그들에 대한 인격적 비하와 폭언은 일상화돼 있었다"며 "나는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그 과정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부산시로부터 받은 9억 원의 예비비를 모두 쏟아부은 조각 프로젝트도 지적했다. 그는 "그 예산은 전시감독인 내가 부산시장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었지만, 정작 비엔날레를 위해서는 10원 한 푼 쓰지 못했다"며 "부산의 대표적 조형물작가인 임 위원장이 추진하는 조형물 사업은 비엔날레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을 뿐 만 아니라, 비엔날레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이 자신을 '총감독'이라 부르며 작가·작품 선정의 최종 권한을 행사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감독은 "임 위원장은 작가 섭외 명목으로 외국 출장을 다니고, 직접 작가들을 선정하기도 했다"며 "급기야 전시감독의 공식 메일에 몰래 들어가, 나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작가에게 공식 초청 레터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행위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하며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동락 위원장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름으로 즉각 반박문을 내고 "전시팀 직원 사직 문제는 본인들이 원해서 사직한 것으로, 인격적 비하와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조각 프로젝트에 부산시 예비비를 지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예산은 부산시장 특별교부금으로, 수영강변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에 사용돼야 한다"며 "비엔날레 행사 사업비로 사용할 수 없는 예산"이라고 못박았다.
부산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번 내홍을 임 위원장의 연임 문제로 싹튼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윤 감독은 "비엔날레의 정신과 원칙을 모두 파괴한 장본인이 이 모든 것을 자기 공으로 돌리고, 이를 연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며 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임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로,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내달 3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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