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로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이 사실이거나 입국을 한다면 이는 중국이 개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솔 가족이 그 동안 중국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아왔고, 중국의 도움 없이는 눈에 띄지 않게 말레이시아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시신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하루빨리 수습해 동아시아 안보 정세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화교 경제권인 말레이시아와 외교·안보적으로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양국간 대치를 방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한솔 등 김정남 가족을 현지에 불러들여 친자 확인을 통해 김정남을 확인하려는 등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라 강변하며 진상 규명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김한솔을 비롯한 가족들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친자확인을 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시신 확인과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김정남의 신분이 확인되면 현지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도 진척을 낼 수 있다.
다만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막후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진실 규명은 하되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접점을 찾아 원만히 사태를 해결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정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1일 '김정남 때문에 북한-말레이시아 44년의 우정이 끝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해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말레이시아 외교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환구시보를 통해 “김정남이 정치적 인물도 아닌데 그의 죽음이 지역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뤼 연구원은 “하지만 김정남 암살 이후 한국 측이 북한을 암살 배후라고 확정하면서 중국도 사태에 휘말린 상황”이라며 "그나마 제3자인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가 믿을만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대만 왕보도 앞서 20일자 사설에서 "중국 외교부는 김정남 암살에 대한 반응이 신중하다며 동북아시아 안보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걸 원치 않는 눈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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