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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각사]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충청도 출신 금융인들의 입지가 강해졌다. 2~3년 전부터 충청권 인사들이 잇따라 금융사 수장 자리에 오르며 급부상하더니 올해는 주류로 자리를 굳힌 모습이다.
충청권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이 이 같은 약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평가다. 업무 추진력도 강해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충청권 금융인들이 지주사 회장으로 내정되거나 연임에 성공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 영남 출신들이 위상을 높였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조용병 행장은 한동우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어갈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 행장은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를 졸업했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이광구 행장과 충남 부여에서 자란 함영주 행장도 나란히 연임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2년 더 행장을 맡게 됐다.
충남 보령 출신인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도 '빅배스(대규모 손실반영)'를 통해 그동안 쌓인 부실 여신을 단숨에 털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임기가 끝난다. 이외에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최초로 한국인 행장으로 선임된 박종복 행장 역시 충북 청주 출신이다.
이들은 충청권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소통을 중시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조용병 행장은 평소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엉클 조'로 불린다. '시골 촌놈'이 별명인 함영주 행장 역시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섬김과 배려의 자세로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광구 행장도 임직원들이 임직원들이 '광'의 영문 이니셜 'K'와 '구'의 아라비아 숫자를 따 'K9'으로 부를 만큼 소탈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과거 수출입은행장 시절부터 관료 출신답지 않게 친화력을 앞세워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 소탈한 모습과 달리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강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손꼽힐 정도다.
조 행장은 2015년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저금리 기조와 치열한 경쟁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장 내정 이후에도 "신한의 힘은 전략의 일관성과 현장, 이에 유연성을 더해 나가는 강한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이광구 행장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실제로 민영화 성공을 위해 본인이 직접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은행의 숙원 사업인 민영화를 16년 만에 성공시켰다. 지난해에는 3분기만에 2015년 연간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함 행장 역시 취임 9개월 만에 옛 하나·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마무리했고, 양 노조의 통합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사시켰다. 김용환 회장은 회사 안팎에 부정적인 시각에서 불구하고 빅배스를 단행, 그동안 쌓였던 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충청권 출신들은 특유의 친화력과 소탈한 모습으로 조직을 통합하는 능력이 장점이다"면서 "여기에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금융권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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