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는 22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정남 피살 사건에는 북한 대사관의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도 연루됐다며 사실상 북한 정권 개입을 확인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가 자국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원칙을 바탕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반면, 북한은 외교 관행을 무시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 후 두 나라가 처음부터 신경전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 17일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강철 대사는 피살 사건에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이 연루됐다는 말레이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의 수사가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권 침해이며 우리 시민에 대한 법적 권리의 제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적대적 세력과 결탁했다는 근거 없는 발언까지 했다.
말레이 정부 당국은 이에 강철 대사 초치와 함께 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의 본국 소환으로 북한에 강경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말레이 당국의 '대북 강경 기조'는 시신 인도·신원 확인 문제에서도 잘 드러났다. 당초 북한 대사관을 통해 유족에게 김정남 시신을 넘기겠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방침은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족 우선권'으로 바뀌었다.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시신을 받으러 "김정남 가족이 오면 보호할 것"이라며 북한 대사관 없이도 유족과 접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한솔의 행방은 묘연하다. 일각의 보도처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는지 여부와 김한솔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마카오 어느 곳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김정남의 유가족들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시신은 북한 대사관에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북한 측도 김한솔의 행방에 누구보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레이시아 국민의 대(對)북한 여론도 나빠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회에선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80년대에 중국주재 대사를 지낸 30년 경력 말레이 전직 외교관 나두 단디스는 말레이 중문매체 성주일보(星洲日報) 기고문에서 북한과 말레이 수교 관계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립국가인 북한과 외교 관계를 끊어도 말레이시아가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들도 쏟아진다.
양국 외교 갈등에 따라 무역과 안보 요인을 고려해 북한 무비자 입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상호 무비자 협정을 맺은 첫 국가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국교를 수립했다. 북한 핵도발 등 동북아 지역에 위기감이 커졌을 때 북·미 간 트랙2(민간채널 접촉)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배후 기지'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북당 식당이 '스파이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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