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로 동결했다.
대내외 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당분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작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경재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게 되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인 수출의 불씨가 다시 꺼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역시 한은의 통화정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3월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많은 참가자(FOMC 위원)는 아주 가까운 시일에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고 나와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내외금리차가 축소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준이 2~3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과 한국간 금리차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추가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앞으로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4월 위기설'이 제기될 정도로 우리 경제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경기 부양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태다. 작년 4분기 이후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 95.8, 12월 94.1, 올해 1월 93.3 등 계속 추락하고 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발목을 잡는다. 섣불리 금리를 올릴 경우 이자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4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700조~800조원이 변동금리형 대출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이 7조~8조원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빚 부담이 큰 한계가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발표한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 및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고 소득이 10% 감소할 경우 한계가구는 작년 기준 181만5000가구에서 214만7000가구로 33만2000가구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을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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