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성을 노린 범죄는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서도 오히려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가고, 어떻게든 관련 내용들을 숨겨야만 하는 어려움이 큽니다."
육기환 경기해바라기센터(아동) 소장은 심각한 인권문제로 떠오른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폭력의 '2차 피해'를 경고했다. 우리사회의 시선이나 구조가 여전히 피해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족 간 성폭력에서 외부로 사건이 알려지게 될까봐 오히려 고통을 묵인 또는 방관하는 경우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주위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해할 수 있는 첫 걸음이 곧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한 육 소장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향해 주변에서 도리어 '피해가 크지도 않은데 힘들어 하느냐, 피해 맞아(?) 서로 좋아서 있었던 일 아닌지' 등의 신충지 못한 발언을 쏟아낸다"며 "더욱 수치스럽고 심리적 갈등마저 커지는 당사자는 결국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교 내 문제가 불거진 때에 학교폭력위원회가 솜방망이 처벌로 진행하거나 특정 학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이 다니는 모습이 종종 발견돼 더욱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가해자를 만나지 않으려 피해자가 자퇴하거나 전학을 가기도 한다.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13세 미만 연령에서는 범죄자의 각종 협박으로 피해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건나 아예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신경·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분당차병원 정신과 과장인 육 소장은 과거 한 피해 여학생의 사례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11살 때에 의붓아버지의 성적 괴롭힘이 시작됐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이어졌다. 심지어 외부기관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부녀 사이를 관여하려고 할 때면 가해 사실을 전면에 나서 부정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병원 담당의나 병원장에게 억울하다는 편지를 수 차례 보냈다. 이런 과정에서 의사인 정작 본인의 잘못된 판단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검토를 거듭하며 직간접적으로 도왔고, 계부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제 학생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육 소장은 "일련의 사건들이 정리되면서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학교생활을 즐기는 모습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듯 했다"면서 "모의자립을 도우려 지원했던 생계비와 임대주택 거주가 확정되면서 가족 에 새 희망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경기해바라기센터는 여타 시설과 달리 아동과 지적장애인에 전문적으로 의료·법률지원, 심리치료 등을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또한 올해부터 상근 경찰이 배치되면서 진술 녹화, 증거 채취 등 수사분야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당면 과제는 가족중심적으로 접근해 풀고내고자 한다. 실제 피해자와 가족의 회복 차원에서 힐링캠프를 비롯해 부모집단상담, 청소년 진로검사 등 구성원 전반의 치유에 힘쓴다.
'여성긴급전화 1366' 등 최근 여러 공공기관의 지원이 통합되는 등 문턱은 낮추고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본 육기환 소장은 "사회안전망은 여러기관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보호시설에 연계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자가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의 안내가 적절히 이뤄지면 한층 원활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서 돕고자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센터의 심볼인 해바라기처럼 항상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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