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특검의 수사기간을 현행 70일에서 120일로 자동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대에 막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통과의 마지막 변수였던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 개최 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상호 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주승용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40여분 동안 특검 수사 연장 문제를 놓고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정 의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야 3당 원내대표들은 정 의장이 특검법을 직권상정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또 여야 원내대표 모두의 명의로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자는 제안에도 반대했다고 한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합의 정신에 맞게 황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에 동의하는게 옳다. 이것이 안 되면 특검이 수사하도록 법이 만들어줘야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 원내대표는 '국회가 특검법을 만들 당시의 법 취지를 존중해 이를 황 권한대행에게 명확히 입장을 전달해야 된다. 여야 4당 원내대표 동의로 특검 연장을 제안하자'고 했는데 그것마저 한국당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금 이 상황이 준 전시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 의장이 황 권한대행에게 국회의 입장을 전하고, 황 권한대행의 명확한 입장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야당 원내대표들의 거듭된 직권상정 요구에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이 당연히 수사기간연장에 동의해야 하며 그렇게 하도록 황 권한대행에게 권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당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은 이날도 거부됐으며, 본회의로 직행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였던 국회의장 직권상정조차 불발됐다. 정 의장이 특검 연장은 직권상정 대상이 아니라 황 권한대행이 승인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입법기관인 국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여야 합의가 없는 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이날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탄핵 정국 속 여야 대치 국면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중 3월 2일에도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특검의 수사기한이 이달 28일까지로 종료된다.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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