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복합 발(發)빅뱅, 즉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전면적 결합을 통한 차세대 기술 추구다.
인터넷 지식 기반을 핵심으로 한 지식정보혁명의 3차 산업혁명이 제품의 디지털화에 그쳤다면,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혁신이 중요하다. 핵심은 정부와 민간의 ‘개방형 협력체제’ 구축과 ‘손톱 밑 가시 제거’ 등 규제 개혁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주자들의 어젠다 선점 경쟁의 범위는 ‘국가 지속이냐, 민간 자율이냐’ 등에 한정돼 있다. 규제 개혁은 입 밖으로 꺼내기를 주저한다. 4차 산업혁명의 암으로 지적되는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서도 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수준에 머무른다. 장밋빛 헛구호만 난무한 채 이벤트 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文, ‘유웅환 박사’ 영입…“4차 산업혁명 의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유웅환 박사를 전격 영입했다. 만 35세 때 인텔에서 수석 매니저를 꿰찬 유 박사는 매켄지, 보스턴 컨설팅 등 월스트리트 등의 투자회사 자문을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를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문 전 대표는 캠프 사무실을 처음 공개한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을 직접 찾아 유 박사 영입 소식을 알렸다. 전날 저녁 영입 발표 소식이 공지되는 순간,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문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인재 영입 자리에 함께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 박사를 거론하며 “첨단산업과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와 우리 대기업을 두루 거친 보기 드문 인재”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새로운 혁신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권 출범 후 정부의 핵심 과제인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인재 영입에 나섰다는 얘기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1일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 공약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사물인터넷망 구축 △하우스·도로·도시 건설 △신재생 에너지시대 개막이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 구성에 대해 “과거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게 대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젠다 선점의 거의 전부다.
◆국회 문턱 못 넘는 자율주행차…전문가 “규제프리 필요”
차기 대선주자들이 ‘정책성 구호’만 나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과거 정부가 했던 ‘대통령 직속’의 방법을 택한 문 전 대표의 4차 산업혁명 각론은 빠른 실행과 현실 가능성 높은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을 못 해서 기술 혁명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민간, 산업 간, 한 조직 내부 간 개방형 체계에 대한 비전 없이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의 이분법적 틀에 갇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이후 도래할 기존 산업군과의 충돌도 과제에도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주행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독일·일본 등과 자동차 수출 빅 3인 우리의 경우 자율주행차 특허 제도가 부족한 상태다.
일명 ‘규제프리존 특별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처리가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 규제 개혁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관련 입장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가 자율주행차 연습도 못 하게 하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있다”라며 “미국과 일본은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도록 했다. 우리는 ‘우버’ 같은 경우도 택시운전자 (반발 때문에 원활히) 못 하고 있지 않으냐. 이런 것들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면서 규제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규제 프리 없는 4차 산업혁명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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