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중국법인을 이끌고 있는 우상태 중국법인장을 같은 건물의 12층에서 만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문을 열고 나오는 우 법인장이 보였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멘,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그의 첫인상이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우 법인장은 1989년 신한은행에 입사했다. 한국 경제가 비약적 발전을 구가하던 1980년대 은행 취업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현재까지 신한은행에 계속 몸담고 있을 줄은, 그 역시 예상하지 못했었다.
우 법인장은 신한은행 영업부, 인재개발부, 고객관리부 등을 거쳤다. 2006년 글로벌 비즈니스모델 TFT 팀장을 맡았고, 그때부터 글로벌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TFT 팀장이던 시절, 우 법인장은 해외업무를 꿈꿨다. 해외에서의 업무경험을 쌓고자 그는 회사에 발령신청서를 제출했고, 중국으로 파견됐다.
2010년부터 4년간 신한은행 중국 순이(順義)지행장을 역임한 뒤 2016년 하반기부터 신한은행 중국유한공사 법인장으로 부임했다. 신한은행에서의 20여 년, 우 법인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부서별로 다른 업무를 처리하고 다른 직책을 맡았다. 덕분에 한 회사의 같은 부서에서 몇 년씩 일하는 것과 달리 언제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은행에 재직해온 우 법인장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고효율,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이 몸에 뱄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한 중국인 직원은 “우 법인장은 간단한 걸 좋아하고, 복잡한 건 싫어하시는 분이다. 직원들과 교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말 대신 간단명료하게 이야기 한다”고 소개한다.
고객 입장에서 현지화에 박차
신한은행은 다른 한국계 은행보다 일찍 중국에 진출했다. 1994년 신한은행 톈진(天津)분행을 설립한 데 이어 2008년 신한은행 중국법인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시장 문을 열었다.
중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우 법인장이었지만, 지금은 일상적 대화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어는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과외를 받기도 했고, 출퇴근 하면서 MP3를 듣기도 했다.” 우 법인장의 말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인터넷금융이 부상하면서 어떻게 고객을 유치할 것인가, 어떻게 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인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어떻게 업무공간을 확대할 것인가 등은 모든 은행들의 고민이 되었다. 신한은행은 중국법인 설립 이후 2010년 위안화 소액금융업무 및 인터넷 업무를 개통했고, 2011년에는 직불카드 발급 및 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업무를 개시했다. 2012년에는 위안화 송금서비스를 개시함과 함께 재테크 상품을 출시했고, 2013년에는 베이징 재세베이스 은행시스템을 개통하고 자산금융관리서비스(CMS)와 파생상품 거래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2014년에는 신한은행 중국법인 대표 브랜드인 ‘신한류(新韓流)’를 출시함과 동시에 한국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한류·한투역(韓投易)’을 출시했다. 이어 2015년에는 부동산 담보대출 및 개인사업자금대출을 출시했고, 2016년에는 모바일뱅킹과 위챗페이(微信支付) 서비스도 개통했다.
사회적 흐름과 함께 업무 다각화를 추진 중인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2017년 1월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칭다오(青島), 우시(無錫), 창사(長沙), 선전(深圳), 선양(沈陽), 충칭(重慶), 옌청(鹽城) 등 중국 주요 도시에 10개 분행과 8개 지점을 설립했다. 또한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업무를 모두 서비스 중이며, 중국 고객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 중국법인 총자산 규모는 48억8000만 달러, 선수금 규모와 여신 규모는 각각 37억 달러, 15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한국기업이 주 고객이었지만 현재는 중국기업과 중국 개인고객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 법인장은 “한중 양국간 무역이 늘어나고 특히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眾創業, 萬眾創新)’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창업·혁신형 중국기업들이 신한은행에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며 “신한은행은 언제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며,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고객 만족도를 중시하는 신한은행은 ‘고객의 성공파트너가 되겠다’는 모토에 따라 고객니즈에 맞춘 우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자은행마다 중국시장 진출 목표, 추구하는 방향, 발전 노선이 다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 법인장의 말이다
강력하고 우수한 은행으로 성장하겠다
중국 진출 초기, 신한은행은 한국고객 니즈 만족을 위해 주로 한국기업이 밀집한 동부 연해 대도시를 공략했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신한은행 옌청 지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의 분행이나 지점과 달리 인구가 적은 옌청에 지점을 설립한 데 대해 우 법인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15년 한중 FTA 체결 이후 옌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만 300개가 넘었다. 이들 한국기업은 현지의 한국계 은행 혹은 외자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했고, 그러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한은행은 운영자금 1억 위안(약 171억3800만원)을 투자해 옌청에 지점을 세웠다. 옌청 지점에서는 주로 신고객 개발, 예대금 등 은행업무와 함께 기타 업무를 처리한다.”
한중 FTA 체결은 양국 기업에 기회가 된 동시에 은행에게는 도전이 되었다. 실제로 우 법인장은 “양국 기업간 상호 투자 및 교류 증대는 은행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은행의 영업서비스에 대해서도 더욱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법인장은 “중국기업에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에서부터 금융컨설팅까지 은행과 그룹간 협력을 적극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영업부에 전문 컨설팅 인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신한은행 한국 본사에도 전문 부서가 설치되어 있으며, 중국인 법률 전문가가 한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에게 법률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산하 신한금융투자는 한국 증시와 채권시장 관련 자금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우 법인장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신한은행 중국법인 또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금융산업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지금은 더욱 성숙한 금융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법인장은 몇 년 전만해도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대형 중국계 은행의 공세가 거세지고, 지방은행들까지 급성장하면서 신한은행 같은 외자은행은 전략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낯선 영업환경, 낮은 인지도 등은 외자은행의 어려움을 더욱 키우는 요인들이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업의 특수성은 상호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 중국법인 고객 가운데 한국 국내에서 건너온 한국기업고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중국기업에 대한 영업 및 심사기구가 완비됨에 따라 현지 영업비중이 확대됐고, 중소형 국유기업이나 상장 민영기업에 대해서도 담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위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2017년, 신한은행은 중국기업 비중 확대, 소액금융·중국기업 영업·외환 등의 투자포트폴리오 다원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우 법인장은 “중국 경제가 성장률 ‘6%’시대로 진입하고 금리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우리만의 전략적 우위를 발휘해 중국은행과 공동발전하는 가운데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에서 강력하고 우수한 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핵심 경쟁력
2016년 하반기 중국법인장으로 부임한 이후 우 법인장은 ‘성과주도형’ 기업문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을 통해 현지 영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직원 능력이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우 법인장은 실제로 법인장 취임 이후 직무 전문성 교육을 강화했다.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문직군’과 중국기업 영업을 전담하는 ‘영업직군’을 신설했다. 또한 각각의 분행과 지점에 전략영업부를 신설, 이를 통해 분행 및 지점의 기획 및 목표관리, 업무평가 등을 관리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 ‘중국전문가’로 통하는 우 법인장은 ‘현지화’와 함께 타 은행과의 ‘차별성’을 신한은행의 양대 전략으로 꼽았다. 특히 양대 전략의 핵심으로는 ‘인재 제일주의’를 강조했다.
우 법인장은 언제나 사람과 과학기술이 곧 은행의 핵심 경쟁력임을 상기시킨다. 리스크 관리, 영업 등의 성공 여부는 사람에 달려있고, 과학기술은 한 기업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중국인 직원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왔을 때 더 빠르게 기업문화에 융화될 수 있고, 한국 고객과의 소통도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 법인장의 말이다.
중국 직원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직원 연수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DNA를 가진 현지 직원을 양성하는 것, 사람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이 차별화와 현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우 법인장은 말한다.
우 법인장은 구이린(桂林), 리장(麗江), 다롄(大連), 시안(西安) 등 중국의 여러 지방을 다녔다. 그 중에서 그에게 가장 진한 인상을 남긴 곳은 시안으로, 그곳의 옛 성벽과 화칭츠(華清池) 그리고 <장한가(長恨歌)>를 사랑한다. 곳곳의 독특한 풍경을 경험하고 지역별로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 우 법인장은 중국의 천태만상을 체득했고, 몸소 느낀 차이를 기업문화에 반영했다. “각 성(省)마다 경영환경, 제도 등이 모두 다르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각자의 우위를 발휘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우 법인장의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우상태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팬이다. 중국에 오기 전부터 <붉은 수수밭>, <홍등> 등 장 감독의 초기 작품을 찾아봤다는 그는 “장 감독의 영화에는 중국의 문화가 녹아있다. 중국에서 생활한 적이 없었던 당시에도 독특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온지도 벌써 7년. 중국문화를 기업경영에 녹여내는 그가 지금 다시 장이머우의 영화를 본다면 어떤 새로운 영감을 받을지, 자뭇 궁금해진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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