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60년의 어둠 거두어 내고 이제 밝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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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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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경남 진주시 명석면서 유해발굴 조사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경상남도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산 425번지에서 제4차 유해발굴조사를 벌인다.

이번 진주시 명석면 발굴조사지역은 지난 1차 발굴지에서 약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차 발굴지를 비롯한 용산고개(일명 용산치) 일대는 진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으로서, 당시 마을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용산치 3개 골짜기 5군데에 718구의 시신이 매장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서도 목격자들은 “죽은 사람들은 전부 40대 미만의 성인 남자였다. 죄수 복장에 머리를 짧게 깍은 사람들도 있었다”, “형의 시신을 찾으러 용산리 골짜기에 갔더니 포승에 묶인 채 총을 맞은 시신들이 엎어져 있었다. 한 구덩이에 40~50구의 시신이 있었고 그런 구덩이가 2~30개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강병헌 한국전쟁유족회 진주유족회장은 전쟁 유복자로서,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는 어머니가 새참으로 삶고 있던 국수를 면사무소에 다녀와서 드시겠다며 잠시 집을 나섰다 영영 돌아오시지 못해 가슴에 평생의 한으로 품고 살아가고 있다.

강 회장은 “지금도 용산고개에 들어서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공동조사단의 유해발굴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유해들은 전국 곳곳에 아직까지 방치돼 있다.

이에 한국전쟁유족회,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 포럼진실과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2014년 2월 18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을 출범시켰다.

공동조사단은 2014년 2월24일부터 3월4일까지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리 ‘진주지역 보도연맹사건 관련 민간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1차 유해발굴조사를 통해 최소 39명의 유해와 탄두와 탄피, 버클 등 다수의 유품을 발굴한 바 있다.

또 2015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대전시 동구 낭월동 ‘대전형무소사건 관련 민간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2차 유해발굴조사를 통해 최소 20구의 유해와 탄두, 탄피, 의안 등 다수의 유품을 발굴한 바 있다.

2015년 11월 15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산 92번지에 대한 시굴조사를 통해 다수의 유해와 탄두를 발견함에 따라 2016년 2월25~29일, 3월4~8일에 걸쳐 3차 유해발굴조사를 벌여 최소 21명의 유해와 라이터 등 다수의 유품을 발굴했다.

한국전쟁 당시 무수히 많은 민간인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죽임을 당한 뒤, 지하 광산이나 이름 모를 산속에 수 십 년 동안 버려진 채 방치돼 왔다.

그나마 진실화해위원회가 일부 유해와 유품을 수습해 충북대학교에 임시 안치했다가 지난해 세종시 추모의집으로 옮겨 모셨으나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된 후에는 국가 차원의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마침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장준하사건등진상규명과정의실현을위한과거사청산특별법안’을 비롯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개정안’ 등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속적인 유해 발굴을 통해 민간인학살 사건의 실상을 기록하고, 하루속히 국가가 나설 수 있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고 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민들 또한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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