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의원, 정병국 대표, 오세훈 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일 오전 국회 본청에 마련된 바른정당 당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바른정당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상 첫 보수정당의 분당이라는 화제를 낳으며 탄생할 당시 주목도는 높았다. 그러나 야심차게 제시한 '개혁적 보수'의 색깔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유력 대권주자 영입에도 실패하면서 지지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당내에서도 '위기론'이 불거진만큼 지지율 제고를 위한 지도부의 묘수찾기가 관건이다.
바른정당은 26일부터 주 5일간 저녁에 비공개 '비상시국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중진 의원 및 김무성 고문도 참석 대상이다.
비상시국회의는 바른정당이 창당 전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정국의 해법과 새로운 보수 결집 방안 등을 논의하며 매일 아침마다 열었던 회의체 이름이다. 그 회의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전반적으로 당이 현재 '비상사태'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데 따른 것이다.
비공개 회의체에서는 당 지지율 제고방안과 탄핵정국에서의 주요 현안 조정, 대선 경선 준비 등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주된 의제는 역시 지지율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지난 1월 창당 직전만 해도 지지율이 10%가 넘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바른정당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행보가 바른정당으로 향할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끝내 불출마를 택하고, 바른정당 내 대선주자들도 야권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탓에 지지율은 차츰 떨어졌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지율은 6%대였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역시 비슷한 수준이었다.
창당 당시 예고됐던 흥행 조건은 반 전 총장의 행보, 새누리당 현직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합류였다. 그러나 둘 다 실패로 끝이 났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택하면서 추가 탈당 행렬도 주춤해진 것이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선거연령 하향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개혁입법을 둘러싼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가 당내 이견에 부딪쳐 하루만에 번복했고, 공수처 설치 역시 검찰 개혁방안으로 내놓았지만 '긍정적'이라는 입장표명만 할 뿐 당론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당 내 대선주자가 2명이나 있지만 이들의 지지율은 1~3%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선 흥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창당 이전에 이미 탄핵 정국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고문의 재등판론,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향한 러브콜 등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대안이다. 경선 흥행과 함께 보수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꺼낸 카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었다.
그는 "낮은 지지율보다 더 큰 걱정은 당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라며 "국정농단사태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만 탓하기에는 우리 스스로의 잘못이 크다, 지금 바른정당은 ‘좌표’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개혁입법을 둘러싼 당의 갈 지자 행보를 언급하며 그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듯 하고, 무엇보다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너무도 쉽게 뒤집고 있다"면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은 사즉생의 각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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