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해빙' 이수연 감독이 던진 미끼, 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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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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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빙'의 스틸컷 중, 승훈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겨우내 얼었던 한강이 녹자, 감춰졌던 비밀이 떠올랐다.

한때 미제연쇄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의 한 신도시. 한강 주변에서 머리 없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금 불안에 떤다. 과거 살인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내과 의사인 승훈(조진웅 분)은 신도시로 취직한다. 야심 차게 개업했던 강남의 병원을 말아먹고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한 상태. 그는 조촐한 짐을 챙겨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 분)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승훈은 성근의 부탁으로 치매에 걸린 그의 아버지를 내시경하게 되고 기수면 상태에 빠진 정 노인(신구 분)의 혼잣말을 듣게 된다. 그는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라며 살인 고백을 한 정 노인의 말이 어쩐지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 승훈은 정육식당의 부자(父子)를 못 미더워하고 자신을 둘러싼 이상한 사건들을 경계한다. 이 와중에 자신을 찾아왔던 아내가 실종을 당하자 승훈은 정육식당의 부자가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가운데 승훈은 남을 이해시킬 수도, 홀로 해결할 수도 없는 함정에 빠지고 만다.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위더스필름㈜·공동제작 ㈜영화사 불·배급 롯데시네마)은 전작 ‘4인용 식탁’으로 시체스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인 시민 케인 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얻었던 이수연 감독의 신작이다.

살인의 비밀에 휘말려 점점 두려움에 휩싸여가는 한 남자와 살인사건과 연결된 주변 인물 간의 팽팽하고 치밀한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감독은 전작 ‘4인용 식탁’이 그랬듯, 정교한 심리묘사와 단단한 서스펜스, 세련된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 군상과 혼란을 겪는 인물의 내면은 치밀하고 또 섬세하다.

그야말로 ‘해빙’은 예민하고 불편한 작품이다. 어느 한 구간도 제대로 숨통이 트이질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모든 인물과 기 싸움을 벌인다.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불안에 떨며 예민함을 이어가는 것이 ‘해빙’의 묘미. 극 중 화자인 승훈이 겪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 된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영화를 아우르는 톤 앤 매너다. 이야기·영상·음악·미술 등, 모든 분야에서 특유의 예민함과 습도를 머금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과 불신, 의심을 대변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인다. 승훈에 의한, 승훈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해빙’에서, 조진웅은 맡은 바 임무를 톡톡히 한다. 차근차근 예민함을 끌어내고 이를 폭발시키는 힘은 조진웅이 아니라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다. 승훈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그의 힘이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쉬이 해답을 내놓지 않는 김대명과 이청아의 연기 또한 칭찬할 만하다. 떡밥을 뿌리고 회수하는 단계에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해냈다.

여기에 신구, 송영창 등 중견 배우들의 합류로 영화는 더한 깊이와 무게를 더하게 된다. 단숨에 관객을 몰입시키고 안정과 불안을 교차시키는 연기는 그야말로 놀라운 정도다. 3월 1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7분, 관람등급은 15세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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