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한 지 약 3개월,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9년 설립한 지 58년만이다.
삼성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이 미전실 해체를 쇄신안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은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성공의 삼각축'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리더십, 미전실의 기획,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을 꼽는다. 내로라하는 삼성의 ‘브레인’이 모여있는 미전실이 기획안을 마련하고, 총수가 이를 지시하면 각 계열사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가 현재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삼성의 시스템 경영’이다.
실제로 미전실은 전 계열사의 인수합병(M&A)과 경영계획의 수립과 집행, 인사와 감사 등 그룹 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주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콘트롤타워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전실이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판해왔다. 특히 미전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법적 실체가 없어 견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에서 이뤄진다"며 "미전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고,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고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미전실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일본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을 벤치마킹해 1959년 5월 만든 ‘삼성비서실’이 전신이다. 1987년 12월 취임한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이를 이어받아 운영하다가 1998년 구조조정본부(구조본)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재무팀, 인사팀, 기획팀, 경영진단팀, 법무팀, 비서팀, 홍보팀 등 7개 팀을 운영된 구조본은 삼성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외환위기 극복에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2007년 10월 ‘김용철 법무팀장의 비자금을 폭로 사건’으로 인해 이듬해 1월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삼성 쇄신의 일환으로 구조본의 역할을 조정하고 명칭도 전략기획실로 변경했다.
이후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서면서 지금의 미전실로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다시금 자리매김한다.
최근까지 미전실은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 7개팀, 200여명 규모로 운영되며, 그룹의 전략·기획·인사·법무 등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날 삼성 쇄신안의 일환으로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은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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