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광화문에 위치한 한 식당에선 지난달 소주 가격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다. 식당 주인은 불경기에 소주 가격이 비싸단 고객의 불만이 크지만 소주 매입 원가가 오르면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식당의 소주(처음처럼) 매입 원가가 박스(30병)당 4만8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지난달 12.28% 인상됐다. 한병당 1336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 셈이다. 식당 주인은 "매년 소주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작년과 재작년 올랐던 것을 손님들 생각해서 참다가 이번 인상에는 어쩔 수 없이 올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빈병 보증금 인상에 음식점 소줏값도 인상됐다. 음식점들은 소주 매입원가가 오르면서 판매가격을 인상했고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소주를 식당·소매점에 유통하는 종합주류도매상들이 30%가 넘는 마진율을 남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음식점에 유통되는 참이슬 가격은 식당마다 다르지만 박스당 3만8000원에서 4만5500원(병당 1260원~1516원)가량이다. 처음처럼은 4만1100원(병당 1400원)에서 4만5000원(병당 1500원) 사이 가격으로 들어오고 있다. 식당에 들어오는 소주 가격은 지난달 평균 100원 좀 넘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음식점들이 자체적으로 올린 가격이 식당 판매가격이다. 음식점들은 소주 한병당 3000~5000원 선에서 가격을 매겨 판매하고 있으며 보통 4000원에 판매하는 곳이 많다.
정작 소주 제조업체 출고가는 1000원 언저리다.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1006.5원, 참이슬의 출고가는 1015.70원이다. 출고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크다 보니 소비자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소줏값 인상에 음식점들이 뭇매를 맞았지만 이들 역시 매입원가 인상에 따른 인상이라고 해명한다.
주류 판매는 라이센스를 가진 종합주류도매상을 통해 이뤄진다. 종합주류도매상은 전국에 1300여곳이 있으며 자체 유통망을 통해 소주를 음식점·유흥업소 등 소매점에 공급한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등록됐으며 일부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 종합주류도매상들이 식당에 공급하는 소주를 병당 1500원(처음처럼 박스당 4만5000원 기준)이면 병당 493원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즉 한병당 마진율이 33%에 달한다.
정부는 빈병 보증금 제도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소주와 맥주 등 주류 및 음료 용기 보증금을 인상했다. 소주병 보증금은 기존 40원에서 60원 오른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80원 올랐다. 주류 제조업체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빈병 보증금을 위탁했기 때문에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종합주류도매상이 주류 제조업체에 반납한 빈병 수량을 확인하고 보증금을 종합주류도매상에게 지급한다.
주류도매상은 빈병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통업체에 보증금 얹어 납품하지만 식당처럼 회수율이 높은 곳은 보증금을 제외한 가격은 납품한다. 그러나 종합주류도매상과 음식점은 빈병 보증금을 핑계로 소주 가격을 올렸고 소비자 입장에선 식당에서 마신 빈병을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소주 판매가격만 오른 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