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98년 전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국민들은 2017년 한 광장에서 둘로 갈라졌다. 자주독립의 상징이자 우리 국민의 자긍심이었던 태극기는 이제 분열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3·1절인 1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날 광장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양 측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촛불집회 추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 인용 만세!’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퇴진행동 측은 “한민족이 자주독립을 위해 만세 운동을 했던 3·1절을 불법 정권에 맞서 주권자의 승리를 만드는 날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친박단체들은 촛불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서울광장에서 ‘3·1절 태극기 집회’를 열고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집회 이후 청와대 방면 행진을 예고해 촛불집회 측과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과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한 양측 모두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 촛불 시민은 자주독립을 위한 태극기의 숭고한 정신을 되살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완수를 다짐하고 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곪아터지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켜왔던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대통령 잘못 뽑아 역사의 참담한 상황을 만들었는데, 반성하거나 도덕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에 나라의 앞날이 정말 두렵다”고 개탄했다.
반면 범여권과 친박 지지자들은 국가안보와 국민통합을 외쳤다. 역사의 단죄보다는 정치적 타협으로 풀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다가는 해방 이후 좌우익의 극단적인 이념 대립이 70년 만에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이념·계층·세대 간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우선적으로는 양 측 모두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끝낼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근거해 정의를 바로 세우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합리적 사고를 지닌 시민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에도 △검찰의 대통령 구속 또는 불구속 수사 여부 △대선기간 중 수사유보 △사법처리와 정치적 특별사면 여부 등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차기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지혜가 필요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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